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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세계사 - 인종차별과 빈부격차, 전쟁과 테러 등 넷플릭스로 만나는 세계사의 가장 뜨거웠던 순간
오애리.이재덕 지음 / 푸른숲 / 2023년 6월
평점 :
교육 문화 콘텐츠라는 건 철저히 공급에 좌우되는 경험이다. 십여 년 전만해도 미국 중심의 세계사 이외의 정보를 알아보려면 한국어로 막 번역되던 <르 몽드Le Monde>를 구독하는 방법 밖에는 없었다.
어릴 적 내가 접한 거의 모든 TV 영화들이 퍼붓듯 쏟아지는 미국 문화 세례와 같았다. 1990년대가 되어서야 유럽 영화들이 상영되던 영화관과 비디오, DVD는 이후로도 오랫동안 다른 문화를 만나는 공간이었다.
어느새 익숙해지긴 했지만 OTT는 이런 현실과 경험을 재구성한 변혁이었다. 이 책을 통해 만난, 아직 제대로 감상하지 못한 영화와 다큐멘터리들은 세계사에 대한 이해를 돕고 학습 자료로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 한국이 멕시코 극우 테러 지원?
- 락까로 간 ‘김 군’은 어떻게 됐을까?
시간만 있다면 세계 각국에서 제작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너무 두려워서 담력을 좀 더 키워서 만나야할 소재들도 많지만, 기자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취재한 기사로 접할 수 있었던 상황을, 30부작 시리즈로 테러와 충돌, 살해 현장을 바로 보듯 경험하며 체험할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나다.
“예전에는 천 개의 카스트가 있고, 천 개의 운명이 있었지만 지금은 두 개뿐 (...) 거대하게 배가 나온 부자와 굶주린 가난뱅이다.”
영상보다 책을 더 좋아한다고 하지만, 이 책에서 선별된 인종차별이나 빈부격차 등과 같은 묵직한 주제를 공부하고 대화하기에 영상 자료가 더 적합하고 유효해 보인다. 넷플릭스 콘텐츠의 세계가 짐작보다 방대하다.
- 아프리카의 굶주림은 ‘누가’ 만든 것인가?
- 식량위기의 진짜 원인
- 진짜 ‘괴물’은 우리가 사는 세계에 있다
세계사를 담은 콘텐츠의 이해를 돕는 상세 설명이 책으로 정리되어 있어 영상의 속도로는 모두 다 이해하지 못한 부분을 책을 읽으며 내 속도로 다시 정리할 수 있어 더 좋다. 기자와 언론인인 저자의 문장들이 현장감을 더하면서도 명쾌하다. 그래서 인간의 악행이 더 부끄럽기도 하다.
“비르 타월이 어느 나라도 영유권을 주장하지 않는 무주지가 된 데에는 식민주의의 아픈 역사가 있다.”
콘텐츠 별로 관람등급도 책에 표시되어 있다. 방학 때 아이들과 주제를 골라 영상을 감상하고 기록해보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내 속도로 한 주제 관련 내용을 읽는 데는 20-30분 정도 걸렸다. 누가 읽더라도 부담감이 적다.
연관이 없는 개별 역사란 없으니 구분이 불필요할 지도 모르지만, 편의상 이야기해 보자면, 넷플릭스에 한국 콘텐츠들도 늘고 있으니, 한국에서 제작된 영화와 다큐멘터리를 자료로, 한국 역사를 공부하는 유사한 책이 출간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수단이건 활용하는 사람에 따라 효용 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흥미 본위로 알고리즘 추천을 쫓으며 보내는 시간도 중요하고 필요하지만, 전혀 생각 못해본 세계사 공부의 자료실을 발견한 것 같아 앞으로의 활용이 더 기대된다. 무엇보다 다양해서 흥미로운 내용의 책이 무척 재밌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3/0707/pimg_7391901683922412.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