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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망설이다 하루가 다 갔다 - 불안, 걱정, 회피의 사이클에서 벗어나기 위한 뇌 회복 훈련
샐리 M. 윈스턴.마틴 N. 세이프 지음, 박이봄 옮김 / 심심 / 2023년 6월
평점 :
마지막 상담이 21년이었는지 22년이었는지 기억이 분명하지 않다. 기록을 찾으면 확인이 가능하지만,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다. 꽤 오래 비상시적으로 도움을 받았고, 덕분에 노하우가 쌓였고, 덕분에 많이 편안해졌다.
이 책을 읽으며, 그동안 배운 것들을 새롭게 정리하고, 지금도 활용하는 방법들에 대해, 그 바탕이 되는 생각에 대해 확인을 받은 것이 가장 좋았다. 비법이나 만병통치약이 없는 삶, 정답은 늘 기본적인 사실들에 있다.
불안감이나 불안증이 발생했을 때, 내용에 집중하지 말고, 태도와 사고방식을 살피는 가이드는 내게도 유용하다. 가만히 앉아 있는데 다리 쪽만 지진이 난 것처럼 진동이 느껴지는 내용을 살펴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불안 반응은 아주 다양해서, 증상을 분석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인지적 왜곡이 일어난다는 것, 만성이 된 반응과 감정, 기억으로부터의 영향, 이런 것들을 기억해내고, 스스로에게 설명하고 설득하는 조용한 시간이 훨씬 도움이 된다. 적어도 공황발작으로 치솟지는 않는다.
- 예상한 것이 터무니없는 상상이었음을 깨닫기
물론 아무리 자기 자신이라도 스스로를 꾸짖거나 자괴감을 느끼는 것도 별 도움이 안 된다. 무엇보다 사실에 근거해서, 내가 느끼는 것의 실제 발생 여부를 확인하고, 그럼에도 내 불안이 가져온 감각을 무시하지도 미워하지도 말고 지나가기를 기다린다.
- 현실 예측과 거짓 상상을 구분하기
놀랍게도 불안 반응은 뇌의 ‘정상 기능’이다. 기회비용과도 같은 것이다, 거짓 경보로 인한 손해보다, 그 중 한 번의 진짜 위험을 막는 것이 생존에 필요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당황하지 말고, 불안을 더 키우지 말고, 휘둘리지 말고 대처하는 것인데, 내 경우에는 시간과 훈련이 필요했다.
- 진짜 위험이 존재하는 것처럼 신체가 반응할 뿐 실제 나쁜 일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므로 이를 잘 구분하기
“메타인지는 자신이 품고 있는 마음에 대한 스스로의 믿음, 자기 마음이 경험하는 것들에 대한 스스로의 평가, 그리고 생각, 기억, 감각, 감정을 대하는 자신의 태도 등을 망라한다. (...) 생각하는 ‘나’를 생각 자체와 나누어 확인할 수 있는 능력이다.”
연습을 하다 보면, 불안한 감정이 불러들인 내용과 나를 분리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그러면 내가 아는 증상이니 내가 관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편안해지면, 다음 증상을 크게 두려워하지 않거나, 증상이 오래 사라지기도 한다. 물론 돌아오기도 한다.
- 파악하기, 수용하기, 거부하기, 전념하기, 끌어안기
완벽하고 정상인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단어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것을 만들어낸 것이다. 조바심을 내지 말고 잠시 천천히 나를 관찰한다. 아, 내가 지금 불안해서 이런 감각을 느끼고 있구나, 하고. 지나간 모든 순간들이 힘이 되고 자신감이 된다. 그러다보면 대비는 하되 불안은 크지 않는 일상도 가능하다.
“예기불안은 가만히 내버려두었을 때 오히려 진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