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적 친화력 을유세계문학전집 127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장희창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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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사생활에 대해 잘 모르고 알게 되었다고 해도 곧 잊는다. 괴테가 자신이 경험하지 않은 것은 쓰지 않았다고 해서 얼떨결에(?) 그의 사생활을 상상하며 작품을 읽었다. 물론 창작물이지만 다소 충격적인 내용이 적지 않았다.

 

숨을 들이키며 놀라며 읽은 작품을 이 글에서 화학과 유전자로 환원시키려는 감상문은 아니지만, 괴테가 제목으로 선택과 친화력을 택한 이유를 놓지 않고 문해하려 했다. 인물들은 선택 같지만 선택이 아닌 관계에 몰입하기 때문이다.

 

친화력은 도덕과 제도로 관리가 불가능한 힘일까. 열정이 동기가 된 행보는 지지받아야할까. 제도와 약속은 위선적이고 위압적인 것일까. 첫사랑을 다시 만나 결혼까지 하게 된 이유는 이후의 열정보다 약한 것일까.

 

그렇다면 인간에게 일부일처제 혹은 제도적 결합인 결혼이란 무엇인가. 가장 효율적인 양육 시스템일 뿐인가. 당사자들의 자유로운 동의에 기반을 둔다면 관계는 선택의 문제일 뿐인가. 감정 혹은 이끌림의 유효기간은 사회적으로 수용되어야 하는 건가. 오래된 질문들을 꺼내보았다.

 

21세기의 독자로서, 인간에 대한 과학적 조각들을 더 알아갈수록 전체로서의 인간 존재는 더 혼란스러워진다. 어쩌면 문학의 대가이자 과학자였던 괴테도 제도, 열정, 사랑, 선택, 헌신committment, 성실에 대해서는 휘몰아치는 어두운 바람 속을 헤치듯 사유했을 지도 모르겠단 상상을 한다.


Goethes Elternhaus und Familie


 

인간의 모든 생물학적, 문화적, 사회적, 존재론적 약점들과 불완전함에도 불구하고, 나는 상대를 존중하고 관계를 고민하고 인내하려 애쓰고 고통 속에서도 쉬운 탈출을 선택하지 않은 이들이 더 좋다. 닮고 싶다. 경이롭다. 늘 그런 이야기에 감동이 크다.

 

사랑도 결혼도 어려운 일이고, 정열과 유혹과 운명이 내 삶에서 중대한 동력과 이유는 이제 아니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 놀랍고 다소 충격적인 사랑의 모습들도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인지도 감정도 세상의 풍경도... 편파적이지 않은 것은 없다.

 

증오는 편파적이지만 사랑은 더욱더 편파적이다.”

 

도덕법칙이나 약속을 항상 지키며 살지는 못한다. 우리 대부분의 삶은 그런 타협과 선택으로 괴롭거나 미진한 어정쩡한 순간들로 채워진다. 그렇기 때문에 부끄러움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마저 없다면 참으로 무가치하다.

 

심리학자들에 의하면 사람의 행동도식이 완성되며 안정화되는 것이 대략 50세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꼰대 같은 감상글이다. 감정, 열정, 운명에 기꺼이 휘둘리고 사는 젊은 - 나이만을 지칭하는 것은 아님 - 독자의 글을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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