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손에 토카레프
브래디 미카코 지음, 김영현 옮김 / 다다서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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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작은 방에서 랜턴을 켜고 고요히 읽은 소설은 빠른 속도로 뜨거운 시공간으로 데려가주었다. 그 여행은 안전하고 밝은 관광지와는 전혀 다른 풍경들 속이라서, 흠칫 놀라며 숨을 참으며 문득 눈물이 고이기도 했다,

 

인간의 뇌는 협동과 경쟁을 구분하지 못하며 생존이라는 단 하나의 목표에만 집중한다는 글을 읽었다. 식량이 부족한 지역에서 두개골에 큰 상흔이 남겨진 유골들이 많이 보인다는 과거인 듯 미래가 될지 모를 글도 읽었다.

 

빈곤과 학대의 이야기를 만나면, 우리가 믿는 것들이 얼마나 문명인지, 어떤 안전사회인지, 과거와 현실이 교차하는 질문이 새어나온다. 에세이는 저자와의 거리가 가깝지만, 소설은 당사자의 목소리로 듣는 증언 같다.

 

그저 나는 분했다. 내가 아이라는 사실이. 나는 그 무엇도 선택할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나 분했다.”

 

존재했던 인물인 가네코 후미코는 물론, 현실에 살았을 것만 같은 미아의 일기를 읽는 기분이었다. 동의 없이 태어나 버려지거나 학대받거나 죽임을 당하는 한국 사회의 어린이들의 이야기는 기록도 못 되고 어디에서 떠돌고 있을까.

 

바꿀 수 없는 현실도 도울 수 없는 이들도 그저 잊고 가능한 고요하게 책으로 도망가는 일상을 사는 독자로서, ‘이곳이 아닌 다른 세계가 있(어야 한)는 미아의 믿음은 같은 종교를 가진 이의 기도를 마주한 기분이었다.

 

약물 의존증이 아닌, 상대적으로 안전한, 필요한 것들을 불편하지 않게 구매할 수 있는 우리 집 십대들은 이 책을 읽게 될까. 훔치지 않으면 먹을 수 없는 생존 환경과 불안을 이해할까. 혹은 이 미래는 이미 확대되고 있는 현실일까.

 

응원이고 위로인 문학이지만, 안도하지 말고 우리도 양손에 토카레프를 거머쥐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미래소득과 연금충당을 위한 출생률 이야기가 헛되이 오가는 중에, 겨우 태어난 아이들이 매일 다치고 죽어가니까.

 

상상력은 힘이 세다. 이야기도 그렇다. 지금 여기는 유일한 현실이 아닐뿐더러, 누구나 미래를 만들어갈 선택을 당장 시작할 수 있다. 지금 우리가 가진 것들 중 빛나는 것들은 모두 그렇게 만들어 온 것이다.

 

일어난 일은 더 이상 바꿀 수 없어. 그렇다면 내가 직접 앞으로 일어날 일을 바꿀 수밖에 없어.”

 

책에 원한이 있는 것처럼, 책을 읽고 만드는 사람과 공간을 지워버리려는 듯, 예산을 삭제하는 권력을 목격하는 시절이지만, 미아와 후미코가 그런 상황에서도 책을 읽고 꿈꿀 수 있었듯이, 책 읽기는 그래서 저항이고 실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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