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 앞에서 만나 - 교차와 연대의 영화들
신승은 지음 / 오월의봄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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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발 상황 호출에 라이브방송 중에 나왔지만, 덕분에 문자가 때론 육성으로 들리고, 페이지 속 풍경과 이동이 때론 움직임을 가졌다. 2000년대가 시작되고 근 십 년간 한국에 없었기 때문에, 그 시절의 이야기가 특히 반가웠다.

 

영화와 노래도 만드는 저자시라 문장이 매끈한 국수처럼 홀홀 넘어갔다. 재밌어서 조금씩 읽을 수는 없었다. 못 본 영화들이 더 많은데도 그랬다. 목록을 만들어서 천천히 찾아 봐야겠다. 아프거나 예리하거나 깊거나 모두 다 이거나.

 

얼굴도 목소리도 삶도 가려지고 지워지고 무시되고 배제되는 이들의 서사를 드러내고 표현하기에, 글과 노래와 영화가 필요하셨나보다. 희화와 소비와 모욕의 방식이 아닌 앵글에 대한 이야기가 여성 관객과 독자로서 감사했다.

 

봐야하고 알아야하는 책과 영화를 못 보는 일이 적지 않다. 출연하고 만드는 분들의 용기와 노고를 생각하면 미안한 일이다. 책도 영화도 깨야할 것을 깨부수는 도끼로 활용하는 작업, 정면과 진실을 직시하기에 불편한 그 역할이 문학과 예술이라 믿는다.

 

- ‘왜 누군가의 삶은 투쟁이 될 수밖에 없는지

- ‘컷으로 보호할 수 있는 것들

 

도피와 망각의 수단으로 소비하고 소모하는 내가 할 말은 아닌 것도 같지만. 몇 년 전이 마지막이었는지도 기억이 가물거린다. 내가 시간이 날 때 혼자 영화관에 가는 일이 더 익숙한 일상이 되었다.

 

그러니 미세하게 변하거나 균열이 나도 이후에 제대로 질문이 되거나 행동으로 이어지는 일이 드물다. 해시태그, 서명, 소액후원 말고는. 개인이 겪는 어려움과 위협과 불안과 실패를 당사자만의책임이 아니라는 위로와 응원이 주저함 없는 문장들에 다정하게 담겨있다.

 

상품이 아닌 것이 없는 사회에서, 수익 창출을 위한 대상이 아닌 방식으로 영화를 보고 활용하는 영화 같은시선을 따라 걷는 시간이 안심이 되었다. 이 책을 알게 되었으니, 언제든 극장에 갈 약속이 생기면 좀 더 설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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