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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녀의 세계 - 사랑한 만큼 상처 주고, 가까운 만큼 원망스러운
김지윤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11월
평점 :
“그래, 일단 나쁜 년은 아닌 걸로. 그냥 마음 아픈 년인 걸로. 첫 상담 날 나는 아픈 년 자격을 취득하며 13년의 봉인을 해제하기 시작했다.”
무서운 세계,
나로선 할 말이 거의 없는 세계,
양육자와 양육 받는 자 사이에서 일어날 수 있는
평범하고 흔한 문제들을 겪으며,
각자의 도착지로 걸어갈 뿐인 관계,
원망도 미움도 화도 비난도 별 소용없는 관계,
이해도 공감도 별 소용없는 관계,
모든 일을 겪고도 친밀감과 애정이 있는 관계라면 최선일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대체할 대상도 방법도 없이
결핍으로 남겨지는 무서운 관계.
잘 몰라서, 다 같이 서툴러서,
예의와 존중을 지키기에 너무 가까워서
엉망이 되기도 하는 관계,
아는 것도 없지만 모르는 것도 없어서
새로운 것이 태어나기도 변하기도 어려운 관계,
시들하게 멀어져도 끝까지 소멸시킬 수도 없는 관계.
“엄마의 이런 자기 확신은 ‘허위 합의 효과False-consensus effect’라고 볼 수 있다. 이는 자기의 생각이나 감정이 맞다고 밀어붙이기 위해 자신의 생각에 동의하는 사람이 많은 것이라고 믿고 착각하는 현상이다.”
부모 자식 간, 특히 어머니와 자식 간의 감정이 사랑의 원형이라거나 출발이라는 모든 이야기가 무시무시하다. 그게 사실이라면 극단의 감정 격차가 사회적 갈등과 문제로 실체화하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다.
“큰언니였던 엄마는 이런 관계의 소용돌이 속에서 단 한 번도 진정한 자기다움을 찾아본 경험이 없을지도 모른다. K-장녀, 우리들의 몽실 언니는 이렇게 살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