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북극 출장 중
이유경 지음 / 에코리브르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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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과에는 여성 학우들이 많아서 여럿이 둘러 앉아 얘기를 나누는 모습만 봐도 때론 코가 시큰거리고 부러웠다. 많은 여성들이 함께 과학을 공부하는 학과의 분위기는 어떨까 늘 궁금했다.

 

첫 폭염에 아이들 일정을 따라 다니다 지친 여름날 밤에 제목이 시원하고 매력적이라 이유경 박사를 만나러 책 속으로 다이브! (조금 졸다 일어남) 금방 몰입된다. 저자의 삶인지 내 삶인지 문득 헷갈리면서.

 

한 번에 되는 실험도 없지만 한 번만 해도 되는 실험은 없다에 끄덕끄덕. 대학() 실험실은 그리 훌륭한 공간이 아니라서 오류 많은 실험 결과를 어떻게 분석해야할지 늘 답답했다. 90년대 물리학과에선 보안경 없이 레이저 실험이 이루어지기도 했고, 동기는 렌즈 각도가 변하는 바람에 시력을 다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의 조언은 옳다. 적자생존. 꾸준히 쓰는 사람이 남는다. 논문은 사라지지 않는다. 요즘은 연구/학위 논문 얘기 하는 게 민망하고 화가 차오르는 기분도 들지만, 진짜들은 언제나 어디에나 있다.

 

정직한 데이터로 세상 속에 숨어 있는 비밀을 알아낼 때 그 짜릿한 기쁨을 꼭 맛보기를 바랍니다.”



 

북극 출장 준비는 냉장고부터. 워킹맘은 벌써 알아챘을 지도. “과학자로서 한 우물을 파지 못한 유목민이었다는 얘기는 전공을 바꿔 진학하는 나를 걱정하시던 할아버지 생전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오래 사셔서 이제는 새롭지도 않은 통합학문에 대해 알게 되셨음 뭐라고 하셨을까.

 

기지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북극여우와 여유 있게 풀을 뜯는 순록, 그리고 깨끗한 공기와 완전한 고요함……. 이런 것들이 있어 북극 탐사의 힘든 시간을 잊고 또다시 북극으로 향하게 된다.”



 

과학자의 여정과 삶이 궁금하거나, 관심이 있거나, 그 길을 시작하려고 마음먹었거나, 이미 그 길 위에 있는 모든 이가 - 여성들이면 더욱 - 공감할 이야기이다. 분투와 좌절과 실패만이 아니라서 기쁘고 든든하다. 2023년 북극, 지구환경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도 듣고 싶다.



 

육지 빙하가 사라지고 툰드라 얼음이 녹으면 북극 생태계가 어떻게 변할지가 궁금한 과학자다. 북극을 자주 오가며 북극 다산과학기지 주변에서 찾아낸 박테리아에 다사니아’, 알래스카 툰드라에서 찾아낸 박테리아에 툰드라에라는 이름을 붙여주기도 했다. 요즘은 사라져가는 북극 툰드라 식물을 어떻게 하면 지켜낼 수 있을까 궁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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