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위한 B컷 문학동네 청소년 64
이금이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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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로하, 나의 엄마들>의 이금이 작가님 신간이다. 청소년 문학이나 (내 주위 한정) 깊이 크게 울린 독자층은 연령이 높을수록 많았다. 일제강점기, 해방직후, 한국전쟁 여파 속에서 태어나고 자란 부모님과 이모님과 숙부님들이 판소리 추임새처럼 감상을 표현하며 읽으셨다고 들었다.

 

이 책도 청소년소설이지만 모두를, 누구나를 위한 문학일 거라 기대한다. 반가운 손글씨 엽서를 먼저 찬찬히 읽었다.




직전에 유튜버가 직업인 단편을 읽었다. 이 책에서는 중학생 유튜버다. 자가출판 - 문자/영상 텍스트 - 이 일상화된 시절이라지만, 고전적인 직업관을 가진 사람이라 여전히 낯설다. 이 작품을 통해 미세하게 변할 수 있을지 기대했다.

 

진짜라는 단어에 매번 혼란스러워하는 편이다. 특히 인간의 뇌가 무엇이건 대상을 그 자체로 인식하지 않고 재해석을 통한 표상만을 정보로 선택한다는 뇌과학을 배우고 나서는 더 그렇다. 왜곡이 규칙이라니.

 

지금도 진짜라는 걸 정의할 수는 없지만, 나는 당사자가 진짜라고 느끼고 생각하는, 포장을 위한 의식적 노력이 없는 모습들이라고 우선 이해하려 한다. 노력이 투영된 모습들이 우리가 바라는 진짜일 수도 있긴 하지만.

 

예전에도 참 어렵고 지금도 쉽지 않은 주제다. 씻고 옷을 가려입고 자세를 바로하고 말과 행동에 주의하는 이런 행동들도 진짜가 아닌 것일까. 진짜로만 살아가는 것이 공동체, 사회, 조직 내에서 어디까지 가능한 것일까.

 

완성본이 실제의 모습과 차이가 클수록 더 뿌듯했다.”

 

그럼에도 편집 과정에서 삭제된 장면들과 연출된 최종본의 차이가 클수록 진짜가 빠지고 가려지고 지워질 가능성이 크다. SNS 폐해사례들이 많다지만 전시된 모습을 위해 운영하는 이들이 주위에 없어서 사실 잘 모르지만.

 

전시편집에 열중하는 이들은 왜 그럴까, 하는 분석과 이해를 위한 생각을, 대화를 함께 하고 나누면 좋을 것이다. 특히 나처럼 어느 시대를 사는지 헷갈려하는 성인 독자라면 더욱. 현실에서보다 이 책에서 SNS 소통, 전시의 명암을 확연히 더 많이 배운다. 신조어(?), 관련 어휘들도 추가로.

 

유튜버들이 오히려 너무 잘 알아서 SNS를 믿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현실이 생생하다. 내가 책 속으로 도망가서 사는 것처럼, 현실이 고단하고 힘겨운 청소년들은 유튜브 속 세상에 끌리는 것이다. 게다가 편집을 통해 다시살기, 바라던 모습대로 살기가 가능하니까.

 

문학도 게임도 기타 등등 많은 것들이 고래로 사람을 망치는 혹은 무가치한 것으로 과도한 비난을 받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작가가 예민하고 예리하게 바라본 것처럼, 영상을 편집 조작하다가 현실마저 그렇게 바라보게 된다.

 

혹은 현실도 그렇게 조작, 편집할 수 있다고 믿고 행동에 옮기기도 한다. 현실도 미래도 실은 우리가 만들어가는 것이니, 인간의 의지와 행위를 통한 형태임에는 분명하다. 그렇다면 가짜, 진짜의 구분은 더 섬세해져야 할까.



 

인간이 만든 거의 모든 것에 명암이 있다. 늘 문제와 해법 모두가 사용자 - 인간 - 에게 있다. 기술을 소통의 수단으로 활용할 것인지, 고립과 기만의 세계를 강화하는데 사용할 것인지. 내겐 답이 없고, 작가의 메시지가 따듯하다.

 

현실과 긴밀한 작품이라 부족한 내 글은 이번에도 너무나 논픽션이다. 그렇지만 이 작품은 사회분석보고서와는 다른, 다정한 시선과 용기를 내자는 온기를 전하는 격려가, ‘사랑의 모습으로 담긴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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