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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나의 꾸러기 ㅣ 우리학교 그림책 읽는 시간
지라우두 아우베스 핀투 지음, 김용재 옮김 / 우리학교 / 2023년 5월
평점 :
번역 출간해주신 덕분에, 1980년 취학 전 출간되었다는 브라질 작가의 작품을 이렇게 만난다. 문자와 그림을 통해 다른 세계로 팔짝 뛰어 들어가는 경험은 어릴 적 흥분과 즐거움보다 절대 적지 않다. 평생 아동 문학 작업을 한 대작가를 경건한 기분으로 만나듯 펼쳐 본다.
어릴 적에 비슷한 점보다 다른 점에 더 끌렸다. 엉뚱하고 기발하고 장난꾸러기인 친구들이 좋았다. 그 친구들 덕분에 웃었다. 즐거웠다. 어른이 되고 스트레스를 줄이는 일에 골몰하다보니, 포용력도 여유도 사라지고 어울려 사는 법도 오히려 더 모르는 것도 같다.
그러다 사회화되기 전의 아이들을 보니, 인간은 사랑스럽고 웃기고 재밌고 엉뚱하고 기발한 장난꾸러기들이라고 믿게 되었다. 안전하다고 느끼고, 사랑을 많이 받고, 칭찬과 응원과 격려를 받는 아이들일수록 자유로운 영혼처럼 보였다.
사회화란 고유한 생명을 규격에 맞게 재단해내는 거대한 프로젝트이고, 생명을 완전히 통제하긴 불가능하지만 대다수를 넉넉한 스펙트럼 내에서만 용인하는 목적을 가진다. 훈육에 익숙한 나조차 괴롭고 버겁다. 이 책은 어른이 만든 책이지만 날 것의 느낌이 가득하다.
노키즈와 키즈프리 등의 여러 다른 표현으로 어린이들의 입장과 이용을 거부하는 장소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한국에서만이 아니라 평등의 가치가 역사적으로 중요했던, 상대적으로 차별법이 잘 제정된 유럽에서조차 눈에 띈다고 한다.
다양한 집단들의 서로 다른 취향과 권리를 존중한다는 논리도 있다고 하는데, 그건 정말 다양성의 논리일까. 서로 부딪히면서 합의를 찾아가는 방식이 아니라, 처음부터 특정한 조건을 이유 삼아 분리, 배제하는 방식이 다양성과 존중의 태도일까.
어린이들은 미성숙하고 어리석은 존재가 아니다. 그건 대화를 통해서도 어른이 항상 지적 우위를 점할 수 없다는 경험에서도 분명하다. 공감하고 이해하고 배려하고 고민하고 실천하는 순간마다 어른을 부끄럽게 하는 어린이들의 모습은 많고 많다.
사랑스러운 아이가 성장하는, 무척 기쁜 내용인데, 글이 어두워졌다. 책이 현실을 불러들이는 마법과, 현실의 여러 고민들이 뒤섞여서 떠오른다. 담담하지만 그립고 행복한 이야기와 그림이다. 어린이들이 더 많이 사랑받기를, 더 즐겁게 성장하기를 힘껏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