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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 숲 차 - 나의 몸을 존중하고 계절의 감각을 찾고 산뜻하게 회복한다
신미경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5월
평점 :
‘정체停滯*’, ‘정체된 삶’이란 표현을 들어 넘겼는데, 가만 생각해보면 어떤 삶인지 잘 모르겠기도 했다. 혼잡하고 바쁜데 지루하고 지겨운 일상만 반복되는 삶일까. 돌발이 싫은 나는 바뀌는 풍경을 보며 사는 안 정체된 삶을 원하는가.
* 사물이 발전하거나 나아가지 못하고 한자리에 머물러 그침
요가 자세 중 아주 좋아하는 몇 가지를 요긴하게 써먹는다. 오늘도 내일도 숲에 가게 될 것 같진 않다. 그러니 가장 좋아하는 차를 내려 마시며 책을 볼 것이다. 호흡 속에 요가 동작도 숲의 향도 담기는 듯 깊고 천천히 쉬면서.
“바라는 방향으로 나아가면 달라질 수 있다는 점. (...) 잠깐 멈춰서 깊은 호흡을 하면 마법 같은 쉼이 찾아오고, 언제든 무엇이든 다시 시작할 수 있기에.”
내가 배운 것과는 좀 다른 계절의 감각을 찾는 삼 단계 요가가 흥미로웠다. ‘기분 좋은 어른’이란 구절을 보니 또 급 반성이 된다. ‘기분 좋지 않은 어른’ 역할에 너무 익숙해져서 이젠 내 고유 마스크 같다. 기분 좋을 일이 별로 없...
“좋은 컨디션이란 보이지 않는 공기, 온도, 습도, 냄새, 소음을 관리할 때 찾아옴을 알았다. 식물로 세심하게 환경을 정비한 후로 집은 숲에 온 기분에 가까워진다.”
요즘엔 매일 베란다 텃밭에서 딜과 바질을 똑똑 따서 입에 넣는다. 달콤하고 향긋해서 중독이 될 것 같다. 식물로 환경 정비까지는 무리인, 식물에 대해 아는 바도 없는 인간이지만, 식물이 전혀 없는 공간에서 살 자신은 전혀 없다.
잘 먹고 잘 누고 잘 자는 것의 중요성, 쾌적함이 정신의 영역이 아닌, 참을성의 문제가 아닌, 과학의 영역이라는 문장들에 기분이 좀 좋아진다. 그러니 기분이 나빠지는 많은 이유에는 몰상식과 괴랄한 주장이나 헛소리 따위가 있다.
정신적 가치를 강조하거나 재평가하지 않고, 아주 일상적이고 구체적으로 짚어주는 내용들에 마음이 동한다. 특히 예민한 감각을 가진 사람들이 겪는 고통 같은 것도 그렇다.
이를 테면 ‘아주 작은 거슬림’이 얼마나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지, 불행하게 만드는지, 병들게 만드는지. 더구나 반복되는 거슬림이라면.
“무력함을 가득 느낀 날, 나는 집의 안온한 보호 속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편안함을 즐긴다. 뜻밖의 좋은 일로 가득한 날도, 또 이토록 헝클어진 하루도 있다.”
이제 오늘은 책도 그만 읽자. 놀며 쉬며 살다 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