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뼈, 드러난 뼈 - 뼈의 5억 년 역사에서 최첨단 뼈 수술까지 아름답고 효율적이며 무한한 뼈 이야기
로이 밀스 지음, 양병찬 옮김 / 해나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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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면과 현상이 어지럽고 과학적 사고가 휘발된 현실에 막막하니, 과학책이 더 반갑다. 특히나 에 대한 평생 처음 만나보는 신기하고 아름다운 책이 더 귀하다. 나는 내가 내골격 척추동물에 분류된다는 걸 알았을 때부터 뼈가 궁금했다.

 

뼈를 기준으로 생물을 나누면, 크게 내골격와 외골격계로 나눌 수 있지만, 뼈가 없다고 알려진 생물들도 뼈를 찾거나 만들 수 있다. 천천히 움직여도 생존 가능한 생물이 만든 무겁고 튼튼한 껍데기를 주워 집을 삼는 동물은 그 집이 곧 자신을 방어하는 뼈가 된다.

 

인간은 겁이 많아서 내골격을 갖추고도, 갑옷 등등 보호복을 만들어 외골격 동물들 - 딱딱한 모양의 바다생물과 곤충들 - 의 외형도 갖추고, 그것도 모자라 뼈를 건축한 형태의 집 안에서 살아간다. 즉 인간은 뼈로 촘촘한 문명을 만들고 뼈 속에서 살아간다.


 

내골격 동물은 유리한 점이 많다. (bone)는 제조된 후에도 변화된 조건/환경에 적응해나가며 손상된 경우에도 복구된다. 그리고 비율 상 껍데기보다 가볍고 내구성이 좋다. 더구나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칼슘을 저장하는 창고 역할도 한다.


 

인간의 신체 시스템은 필요할 때마다 이 은행에 가서 뼈에 구멍이 숭숭 나고 마침내 텅텅 빌 때까지 기다려주는 법 없이 칼슘을 빼내온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혹사된 내 손가락뼈들이 욱신거린다. 손목, , 다리뼈도 부러진 경험이 있으며, 심지어 치아도 하나 부서졌다.


 

더 나이가 들면 퇴행성관절염으로 뼈가 변형되고 극심한 통증을 참으며 살아야할 지도 모른다. 어릴 적 닭 뼈 위시본을 동생과 양쪽에서 잡고 당겨서 더 큰 조각을 가진 사람의 소원이 이뤄지는 놀이를 자주 했는데, 뼈 건강을 빌어볼 것을 그랬다.


 

읽을수록 더 깊이 몰입할 수 있는 재밌게 잘 설득하는 과학서이다. 관심이 있어도 아는 바는 적었던 뼈에 대해, 그 뼈를 선택하고 혹은 포기하고 살아온 수많은 지구생명체들의 이야기를 당사자들에게 듣는 것처럼 설득력 있게 설명해준다. 과학자의 삶이 오랜만에 부러워진다.


 

5억 년 역사를 여기저기 뼈 찾기 답사여행을 다닌 듯했다. 깊이를 지키면서 폭넓게, 쉽게, 지식을 전하는 방식, 의학, 생물학, 역사를 넘나드는 자유로움이 놀랍다 방사선 투과성 임플란트가 한국에서 활용되는지 궁금하다. 본 적 없는 뼈로 만든 악기도 무척 궁금하다.


 

소개하고 싶은 내용은 아주 많지만, 무엇보다 뼈에 관한 정확한 과학지식정보를 배워서, 과장/사기 의학 광고나 식품광고에 속지 않으면 좋겠다. 기본 지식에 비추어 말 안 되는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일단 광고로 등장하는 만병통치나 기적의 효과 등 좋아 보이는 건 다 피하시길.

 

인생의 어떤 문제도 그리 쉽게 해결될 리가 없으며, 정답은 지루한 상식일 때가 더 많다. 건강한 식습관과 적당한 운동과 감정에 스트레스 관리가 거의 유일한 일상 실천의 옵션이고, 질환이 발생한 경우, 부디 면허라도 있는 의사의 진료를 받으시기 바란다.

 

마지막으로, 태워서 부수지 않은 인간의 마지막 형태는 뼈로 남는다. 인간의 마지막 삶의 정황과 죽음의 진상도 뼈의 모습으로 남는다. 암매장되고 미확인된 존재로 발굴된 모든 뼈의 생전 주인들을 애도하고 명복을 빕니다. 여기저기 뼈가 욱신거려서 이만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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