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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과 비평 200호 - 2023.여름
창작과비평 편집부 지음 / 창비 / 2023년 5월
평점 :
가 본 적 없는 장소로 둥둥 떠다니듯 즐겁게 다니다가 ‘다음 호에 계속’에 현실로 쿵! 떨어졌다. 쉽게 몰입되고 이야기 세계로 쉽게 빨려 들어가고 등장인물들이 금방 알던 사람처럼 기억되고...
어휴... 재밌어, 그러니 연재라서 괴로워.
그래도 ‘계속’ 어떻게든 써 주실 거라 생각하니, 생각만 해도 벌써 우울한 내일도 견딜만하다. 까짓! 하던 대로 하면 되는 거지. 그러니 일단 청소도 하고 정리도 하고 더 오래 괴롭지 않게 준비를 다 해치우자, 그런 어른스런 생각을 한다.
📝
“돌아보면 항상 어떤 장소를 지워버림으로써 삶을 견뎌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뭘 숨기고 싶었다기보다 어려서는 실패를 인정하고 싶지 않았고 커서는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는 마음 때문이었다. 어떤 시간으로 기억되기를 원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떠올리거나 반추하고 싶지 않은 것일지도 몰랐다. 생각을 거듭하다보면 그 시절의 모든 것은 결국 창백하게 축소되어 초라해지기만 했다.”
“집에 틀어박혀 있다가도 나쁜 생각들이 못 견디게 우글거리면 밖으로 뛰쳐나가곤 했는데 막상 그렇게 나가보면 거기에는 내 불안과 긴장 그리고 해리 상태를 붙잡아줄 근친처럼 가깝고 친숙한 풍경들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