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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 귀신 - 패널시어터와 함께하는 동화
이윤섭 지음, 박영선 그림 / 좋은땅 / 2023년 4월
평점 :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의 최우선 목표는 생존이다. 생존에 위협이 될 것들 - 가능성들 - 은 본능적인 경고 반응으로, 신체적인 거부 반응으로 유전되었고, 문자를 알게 된 이후 일부는 이야기로, 학습된 감정으로 변하기도 했다.
똥 자체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배변이 생존을 위협할 수 있어서 조심해야하고 멀리해야하고 처리를 잘 해야 하는 것이었다. 부모 새가 아기 새들의 변을 물고 먼 곳에 버리고 오는 것도 마찬가지다. 부패 자체도 건강에 해가 되니 화장실을 외부에 두거나 시신을 가능한 먼 곳에 묻는 것도 문화라기보다는 생존과 건강을 위한 것이었다.
만약 배변이 부끄러운 일이라면 섭식 역시 그래야한다. 유사한 생리적 활동이고, 엄밀히 따지자면 섭취가 배설보다 더 위험하다. 내가 양치질하는 장면과 먹방을 거북해하고 싫어하는 이유에는 문화적인 면에 더해 타인의 생리적 활동과 전시된 몸을 자세히 보고 싶지 않다는 거부감도 있을 것이다.
그에 반해, 자연스러운 생리현상을 부끄러워할 이유는 전혀 없다. 다만 인간은 배변에 관해 연습과 훈련이 필요하다. 지나고 나면 다 괜찮지만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다. 성장의 무척 중요한 내용이라서인지 아이들은 똥과 관련된 이야기를 아주 좋아한다.
표지를 보고는 몰랐는데 아이가 피쉬본 똥들이 나온다고 해서 무슨 얘기인가 했다. 그런 똥을 누는 건 아주 위험할 것 같은데...! 피쉬본 선인장과 너무 닮은 똥들! 똥 나라에 똥 누는 친구 놀리는 아이를 혼내 주는 똥 귀신도 있다. 권선징악(?)이 반갑고 역시 똥 얘기는 왠지 재밌다.
가정에서는 똥을 누는 일로도 칭찬을 받던 아이가 밖에서 만약 놀림을 당하거나 실수를 하게 된다면 놀라고 상처를 받을 것이다. 초등학생 시절에는 학교 화장실 쓰기가 정말 무서웠던 기억도 나고, 여행이라도 가면 똥을 못 누곤 했던 생각이 난다.
이야기 속의 친구들은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동철이를 놀리는데, 현실에서도 이러는지 모를 일이다. 큰 아이는 불편을 얘기한 적이 없고, 꼬맹이는 몇 년 간 어릴 적 나처럼 집 밖에서는 똥을 누지 못하였지만 기억날만한 큰 불편이 있었던 적은 없다.
책에서는 믿음직한 똥 귀신이 나타나서 엄청 무섭게 혼도 내주고 놀리는 버릇도 고쳐주는데, 현실에서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해보면 좋을 주제이다. 엄청 엉뚱하고 웃긴 대화도 가능하다. 똥 얘기란 쉽게 지치지 않는 무궁무진한 주제이다.
영상자료도 있으니 배변 훈련 중이거나 초등학생 독자가 있는 분들이 접하면 좋을 주제이다. 혹은 똥 이외의 다른 여러 생리 현상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대화하고 문제가 생길 경우 어떻게 대처할지 미리 대화해 보는 계기로 삼아도 좋을 것이다.
https://blog.naver.com/kbinstitute/223039583254
마지막으로 똥은 곧 자신이 먹은 음식물이라는 것을 상기하며, 가능한 우리 몸에도 지구에도 덜 유해하고 건강한 식재료를 먹는 이야기도 해보면 더 좋겠다.
! 동화 제작 방식 - 패널 시어터 - 이 무척 독특합니다. 창작이란 재밌고 자유롭고 즐거운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