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고래 시 읽는 청소년
조재형 지음 / 고래책빵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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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표지에서 보는 고래가 맞기도 하고, 다른 것이기도 하다. 어쩔 수 없이 얼굴이 잠시 뜨거워졌다. 어른으로 산다는 일은 부끄러운 순간이 참 많다. 제대로 설득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 내게 만이라도 고래고래가 없는 삶을 살자고 다독인다.


 

내게 바다의 고래는 유년의 뚜렷한 상징이다. 현실에서 고래와 사연이 있던 것은 아니고, 여러 해 동안 꿈에서 같은 고래(라고 믿는)를 만나 바다 속을 여행했다. 여러 번 다니다보면 바다 길도 눈에 익고 어디쯤에 사는 다른 해양 생물들과도 친해진다.

 

바다를 좋아하고 수영도 좋아하고 바닷물에 몸 담그고 있는 것이 유일한 무통증의 시간이라서, 그 꿈은 드물지만 한 해의 선물처럼 꼭 찾아오는 행복이었다. 그리고 어느 해 다음부터는 아무리 간절히 원해도 다시는 꾸지 못했다. 혹은 꾸었어도 기억하지 못했다. 유년의 끝이었다.

 

이후엔 고래 사진이나 동영상을 보거나, 아주 잠시 그린피스호에 승선하는 일을 할까 고민한 적도 있다. 해양생물학을 전공했다면 기쁘게 선택했을 지도. 그렇게 고래는 오래 못 만난 친구처럼 그리웠다. 동물원에서 구경거리가 되거나 식재료로 팔리는 고래를 만난 적은 없었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1078929.html

<고래는 똥만 싸도 탄소를 줄인다이 소중한 생명을 우리는>


 

책에는 고래고래 어른들과 어릴 적 만난 고래 같은 아이들이 있다. 그리고 상상하지 않았던 학교폭력이라는 심각한 사건이 있다. 시인이자 교사인 저자는 처벌도 훈육도 아닌, 이야기를 듣고 시를 쓰며 소통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학생만이 아니라 학부모와도.


 

동화나 영화의 스토리 같다. 글을 힘을 믿는다고 하면서도 단단하게 믿지는 못하는 나는 대충 대강 얄팍하게 사유하고 사는 삶을 스스로에게 다시 들키고 아무도 안 보는 곳에서도 얼굴이 붉어진다. 참 다행이다. 시가 폭력을 이겨서...


 

고래고래 대신 노래를 부르고 시를 쓰자. 공모나 당선을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글을 쓰자. 그리고 자신의 언어를 가만히 들여다보자. 혹시 기회가 있다면 상대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자. 다른 말은 말고 그래그래 힘들었겠구나, 그렇게만 말해보자.

 

청소년문학이 좋다. 필요하다. 내게는 평생 그럴 것 같다. 소위 마음의 여유가 전혀 없어 힘들었던 날의 마무리라서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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