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 (40만 부 기념 에디션) - 멋지게 나이 들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인생의 기술 53
이근후 지음, 김선경 엮음 / 갤리온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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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부모보다 연배가 높은 저자의 이야기가 어릴 적 구술로 듣던 시절을 소환한다. 미화와 왜곡일지 모르나 이후에 읽은 책들과 비교하면 내 조상들의 육성으로 듣던 일화들이 가장 설레고 흥미로웠다. 역사서(소설)을 좋아하는 취향은 그 어린 시절에 만들어졌을 것이다. 녹취를 못한 것만이 오랜 회한이다.

 

40만부 기념 에디션을 이제 읽어본다. 한국 근현대사처럼, 한 개인의 생존기록처럼도 읽힌다. 사단법인에서 노년만이 아닌 청소년 성상담도 하신다는 내용이 놀랍고 반갑다. 76세에 새로운 전공 학업을 마치셨고 일흔 넘어 한 공부가 가장 재미있었다니, 나도 나중에 새로 배워볼까 싶은 생각도 불쑥 커진다.


 

거의 모든 시력을 잃은 상태로, 열 가지도 넘는 병과 함께 살아가는 분이다. 육체의 쇠약과 발병과 통증에 금세 우울해지는 나는 내 어리광과 엄살을 마주할 수밖에 없어 좀 더 반성하고 저자의 유쾌함과 웃음을 존경하게 된다.


 

직업인으로서의 업적과 파급력도 대단하지만, 가족 관계 내에서의 역할과 소통이 더 흥미롭고 부러웠다. 오래된 질문들 중 하나,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저자의 답변은 많은 이들이 알지만 행하기는 여전히 어려운 내용이다. ‘마음먹기’, 자신의 삶의 의미와 가치는 스스로 찾을 수밖에.

 

내가 어떤 사람인지 평소 쓰는 말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내가 얼마나 잘 살았는지, 어떤 인생을 살고 있는지 궁금하다면 지금 어떤 단어를 쓰고 있는지 살펴볼 일이다.”

 

냉정하게 분석해보자면, 함께 산 시간보다 따로 산 시간이 더 길고, 함께 살던 때라도 서로를 잘 알고 아주 친했다고 할 수는 없는 관계가 부모자식관계라서, 함께 무언가를 새롭게 즐겁게 하기가 쉽지 않다. 다만 무거운 것들 없이 유쾌하게 사셨으면 하고 바란다.

 

책임에서 벗어난 노년에서야 비로소 이런저런 시행착오도 해보고 도전도 해보고 실수도 하고 그렇게 가볍게. 머리도 어깨도 팔도 손가락조차 책임과 부담과 책무로 무겁고 욱신거리는 중년의 내가 언젠가 살아보고 싶은 노년의 삶을 내 부모가 먼저 즐겨보셨으면 좋겠다.

 

한번만 해보면 시원하고 행복해진다고 자유로움을 구하라고 하시는데, 나도 퇴직하고 나면 더는 핑계 없이 신나게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나를 옭아매는 것들은 아직도 내 결심의 문제가 아니다. 그 순간이 왔을 때 실천할 체력과 여전한 바람이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아니 잘 유지해야겠다.

 

시간이 흘러 본격적인 노년기에 접어들었을 때 일상의 고통을 어떻게 표현할 지 미리 생각해 보라. 힘든 것을 남이 알아주길 절대로 바라지 마라. 이것이 바로 나이 든 자의 자존심이다.”


 

2023년 출간 10년 만의 대담이 반갑다. 어떻게 재밌게 사시는지 엿볼 수 있는 분량이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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