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마 말할 수 없는 것들에 관하여 양철북 청소년문학 7
줄리아 월튼 지음, 이민희 옮김 / 양철북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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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반추할 수 있는 수십 년 동안에도 십 대 여학생이 혼자 출산을 하고 아이를 버렸다’, 라는 제목과 내용의 기사들은 이어졌다. 어릴 적엔 그저 충격이었지만, 소위 어른이 되고나니 너무 부끄럽고 화가 난다.

 

감정의 발원은 여학생도 버렸다도 아닌 혼자이다. 외계인에게 납치된 것도 아니고, 단성생식이 가능한 것도 아닌데, 사건을 혼자 야기했을 리가 만무하다. 의논하고 도움을 청할 단 한 명의 어른도 없었단 말인가.

 

왜 도움을 청하지 않았냐고 비난하는 것이 아니다. 의논을 할 어른과 사회가 부재했다는 것이 참담하고 아프다. 이런 현실에 더해 성폭력 범죄는 만연하고 처벌은 불쾌한 농담 같은 사회라 감당해야 할 성교육은 생존매뉴얼과 같다.

 

책 육아의 덕을 많이 본 주제이지만, 아이들에게 어떤 무섭고 힘든 일이어도 말하고 도움을 청하라고,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고 거듭 주지시키는 이를 악문 간절한 당부가 늘 괴롭고 절박하다.

 

책의 제목이 그래서 적확하고 아팠다. ‘차마 말할 수 없는 것들이 무엇일지, 누가 말을 못하게 한 것인지, 말을 할 수 없어서 어떤 비극이 발생했을지 두려워하며 알아야겠다는 생각으로 펼쳤다. 먼저 읽은 십 대들이 남긴 노트는 일독 후 읽어 보았다.


 

기분 좋게 영리하고 현실적인 내용들에 놀라며 읽었다. 학교에서 성교육이 불충분하다는 점에 주로 주목하던 내 생각을 환기시키듯 설정과 소재가 새로웠다. 지금 십 대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공감할 방식과 내용이라고 느낀다.


 

블로그를 통해서 소통하고 질문하는 방식이 말할 수 없었던환경에 대한 확실한 항변으로도 보인다.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 모두 현실감이 충분해서, 성에 관한 이야기, 십 대의 호기심과 욕망과 행위 모두에 관한 논의를 생생하고 설득력 있게 접근한다.


 

어른들의 짐작이 투영되어 단순하고 유치하게 결론으로 이르는 전개가 아니라서 좋았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결말에 쓸쓸했다. 블로그를 운영했다는 이유로 피해를 입는 십 대와 자신의 욕망을 달성하기 위해 파렴치한 수단을 사용한 어른의 당선 소식이 부끄럽게 대비된다.


 

신중하고 정확하게 제공된 교육이 아닌, 인터넷에서 찾아낸 정보의 위험성도 지적되어 반가웠다. 다른 많은 문제처럼 청소년 성문제도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에서 책임감 있게 감당해야할 중요 정책이어야 한다.


 

이런 걸 왜 지금 알았지?

다들 이미 알고 있나?

진작 알았어야 하는데.

질문하기엔 너무 늦었잖아.

 

성문제를 욕망이나 죄악에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피임, 상호동의, 안전, 위생 등을 포괄하는 논의가 되고 교육이 이루어지고, 실제로 필요한 정보와 논의가 제공되어야 한다고 거듭 확신할 수 있었다. 청소년에게도 어른에게도 필요하고 유익한 문학작품이 반갑고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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