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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카페, 카페 크리틱
홍은화 외 지음 / 지식과감성# / 2023년 3월
평점 :
품절
지나고 나서 보니 3, 4월에도 부지런히 보고 싶은 영화를 본 기억에 놀랐다. 가능하면 주말 중 하루는 책을 놓자는 결심 덕분이었던 듯. 멋진 영화들도 많았고, 시선과 사유가 깊고 다른 친구와 따로 같이 감상하는 것도 즐거웠다.
책은 신간 영화비평서가 맞기도 하지만, 동일 제목의 팟캐스트 들은 분들이 많고 오디오클립도 있다. 책의 목차는 팟캐스트 합류한 순서라고 한다. 영화 이야기는 늘 재밌고, 공저자들의 활동 분야가 다양하니 새롭게 재밌다.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8916
대화와 토론의 중요성에 대해 재인지하고 노력하고는 싶지만 버거운 괴리를 느끼며 사는 중이라서, 매끄럽지 않은 토론도 좋다. 답이 없는 질문도 좋다. 각자의 감상을 더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느낀다.
좋아한 영화인들과 음악인의 협업 같은 영화 <리코리쉬 피자>는 혼자 쓸쓸하게(?) 보고 대화를 즐겁게 나눌 상대도 당시에 없었는데, 4명이나 리뷰를 하니 그 보상(?)을 뒤늦게 받는 기분이다.
물론 언급된 영화 중에 아직 못 본 영화도 있다. 어쩌면 안 볼 영화도 있지만, 그 작품 한정이 아니라면, 재밌게 읽을 통찰이 담긴 문장들은 부족하지 않다. 문학도 예술도 결국엔 매체를 통한 메시지 전달이니까.
“녹음을 위해 감상한 이 영화들 사이에는 어떤 경향이랄 게 분명히 지나가고 있었죠. (...) 타자에 대한 집요한 의식 말입니다.”
“타자에 의해 나는 구성됩니다. (...) 내가 타자에 대한 의식과 함께 행동을 하기 때문에 그런 거죠. 여기서 방점은 행동하는 나에 찍혀야 해요. (...) 지금까지의 수많은 영화와 이론들은 대개 ‘본다’는 행위의 입장에 서있(다고 받아들여졌)었습니다. (...) 요즈음의 어떤 영화들에서 주체의 자리는 보는 쪽이 아니라 보이는 쪽에 위치하곤 합니다. 저에게는 이게 굉장히 문제다운 경향으로 느껴져요.”
사회적으로는 무지성과 혐오와 차별과 폭력의 언어들이 기세등등하고, 개인적으로는 말보다 침묵이 편한 시절에, 여러 명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그 기록을 대화와 토론으로 남기는 결과물이 뭉클하다.
어떤 경우라도 싸우지 말라는 말은 아니지만, 싸움을 할 때에도 왜 싸우는지 그 목적을 분명히 해야 한다. 생사를 정해야 하는 싸움이 아니라면, 전면으로 솔직하게 부딪히는 상대는 함께 살아가는 동시대의 동료이자 친구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