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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 베이비
김의경 지음 / 은행나무 / 2023년 3월
평점 :
에세이 같이 느껴지는 자전소설이다. 난임, 시험관 시술, 임신중단, 불안, 슬픔, 질투, 난관... ‘성공 후기’라는 표현에서 힘겨운 미션이 부여된 처지가 철철 느껴진다. 듣기도 많이 들었고.
현실을 피해보려 찾아간 소설에서 미쳐 돌아가고 굴러가는 강화 현실을 만날 지도. 인구 급감 출생률 0.78에서 가장 먼 곳의 풍경들일까 짐작하며 십여 년전 임신중단이 계속되던 친구를 생각하며 펼쳤다.
“누군가 왜 아기를 낳으려 하느냐고 묻는다면 말문이 막힌다. 그냥 ‘만나고 싶다’ 라는 말 외에는 다른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물을 수도 있다. 그만한 질문을 할 사이라는 상호 이해가 있다면. 그 외에는 무례하고 주제넘은 질문이다. 때론 아찔하고 어질할 정도로 무례한 사회, 무례한 사람들. 물론 모르고도 우리는 종종 그럴 것이다.
자전소설이지만 화자가 다섯 명이라서 인물에 몰입하기보다 임신, 출산의 개인적이고 사회적인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기에 더 좋았다. 일을 하느라, 경제적 이유, 결혼 관련 문제로, 배우자의 문제로 등 각자의 이유가 있다.
가족이나 오랜 친구도 어떤 문제에 대해 이해하고 적절한 위로를 제공하기 어렵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으로 배운다. 그런 면에서 (나는 하지 않지만)단톡방 - 헬로 베이비 - 의 존재는 현실 상담치료에 비견할 만큼 중요해 보인다.
비슷하게 어려운 과정을 경험하고 유사한 실패도 아는 이들의 존재는 귀하다. 나를 전면 노출시키는 대신 한 주제에 집중하니까 만남과 이별의 위험성이 적어서, 사람들은 랜선/비대면 만남에서 더 너그럽고 더 솔직해지기도 한다.
거르지 않고 자기 검열을 하지 않고 생생하게 다 풀어낼 수 있는 공간, 무엇보다 아픈 사람들에게 타인이 관심을 가지고 듣고 반응한다는 것은 더 많아졌으면 하는 느슨한 사회적 연대의 풍경 같다. 마음이 징징 울린다.
자기 확증과 편향이 강화될까봐 늘 경계하는 방식의 소통이었는데, 역시 수단보다는 활용하는 주체의 문제이다. 이 공간에서 소통되고 기록되던 당사자들의 목소리는 출간을 통해 결코 잊히거나 묻히지 않게 된 것이다.
오래전 오랜 친한 친구였음에도 친구가 난임 문제로 고통 받는 내용을 편하게 얘기 꺼낼 분위기도 못 만들고 그래서 들어주지도 못한 나는 그때보다 더 생생한 아픔을 느낀다.
5번째인가... 잘 안되었단 소식을 듣고 급기야 화를 내기도 했다. 왜 좀 더 확실하게 쉬면서 몸을 건강하게 하고 재시도하지 않느냐고. 마치 내 친구가 그 간단한 방법을 모르고 어리석게 구는 것처럼.
이해가 부족하고 어리석은 건 내 쪽이었다. 무엇보다 나는 좋은 친구가 못 되었다. 더 오래 미안했다고 사과를 건네야겠다. 해야 할 일 따위 다 미루고 하루 종일 놀면서 봄꽃 아래서 느긋하게 수다를 떨자고 곧 연락을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