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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헤어졌어 ㅣ 문지아이들 173
김양미 지음, 김효은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2월
평점 :
헤어짐이나 이별은 특별한 사건 같이 들리지만 살면서 누구나 꽤 많은 이별을 한다. 유치원이나 등교를 하는 것도 이전 세상과의 어떤 이별일지 모른다.
어릴 적 나는 봄이 여러모로 힘들었다. 알레르기를 제외하더라도. 새 반, 새 친구들, 새 선생님, 새 학교... ‘새로운’ 만남과 적응은 먹먹한 이별을 지나야 했다.
많고 많은 이별 중에 “잘 헤어졌다”고 할 만한 이별도 많다. 반드시 떠나와야 할 불행의 자리라서가 아니라 평범하고 의례적인 이별이 성장을 이루게도 해주니까.
두렵지만 늦추지도 막을 수도 없는 이별들이 남아 있다. 잘 헤어질 수 있는 방법을 가능한 잘 배워둬야 하는.
당연하고 간단한 일인데 알게 되기까지는 생각 못하던 일들이 있다. 다섯 편의 이야기를 읽고 마지막 장을 덮으며 그런 사실을 복기하며 정리하였다. 우리는 태어나서 만난 (거의) 모든 이들과 이별한다. 자기 자신과도 매순간 이별한다.
만남과 이별은 시간의 구성품처럼 삶의 주재료처럼 반복되고 변주되며 존재하는 모두를 태어나게 하고 성장하게 하는 틀을 이룬다. 남들 다 아는 걸 혼자 깨달은 척 하는가 싶지만 자꾸만 잊고 사니, 기억을 위해 기록해둔다.
만남과 이별은 삶의 상수라고, 헤어짐과 이별은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고. 더 빨리 정확히 배우고 이해하고 기억하며 살았다면 무엇이 달라졌을까. 만남을 좀 더 기적처럼 선물처럼 아끼고 이별을 가능한 정중하게 하려고 애썼을까.
김양미 작가는 동화라는 부드럽고 다정한 방식으로 잘 헤어지자는 메시지를 설명과 함께 담아주었다. 반갑게 만나는 일보다 잘 헤어지는 것이 더 어렵다. 엉망으로 무심하게 배려 없이 헤어지던 어릴 적의 나를 여러 번 만났다.
바로 올 수 없는 먼 곳에 있을 때 돌아가신 할아버지, 할머니... 늘 계셨던 분들이 며칠 만에 사라져버렸다. 마지막 인사도 눈빛도 체온도 나누지 못한 채. 죽음이란 가차 없고 영원한 이별이라는 걸 여름이 서늘할 정도로 절감했다.
받은 사랑을 귀하게 여기며, 추억조각들을 힘으로 만들 줄 아는 아이들이 부럽다. 어른이란 명명은 때로 부끄럽기만 하다. 가깝고 쉬워서 더 참지 못하고 못되게 튀어나온 원망들, 잡은 손을 뿌리치듯 상대를 겨냥한 말들이 부끄럽다.
예정된 이별을 늦추지도 멈추지도 못할 지라도, 이별이 오기까지 한 번 더 먼저 말을 걸고 망설이지 않고 손을 잡는 일을 나는 할 수 있을까. 아이들은 할 수 있을 것이다. “같이 놀래?”를 어른들의 말로 바꾸면 무엇이 될까.
시선이 맑고 밝은 작가는 자신을 표현할 말을 다 찾지 못한 아이들의 마음도, 나처럼 투덜거리기나 하며 사는 못난 어른의 마음도 깊이 들여다볼 수 있나 보다. 지적도 비난도 없이 다정한 가르침을 반가운 인사처럼 건넨다.
안녕, 모두들.
살아 있는 동안
다시 반갑게 만나기도 하자.
그땐 꼭 잘 헤어져도 보자.
그동안은 자주 행복하게 지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