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프레지던트 - 국가 기념식과 대통령 행사 이야기
탁현민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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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공동체를 염두에 두고 지향하는 바가 없다. 공공의 삶에 대한 가치 철학이 없다. 기억과 역사에 대한 지식과 고민이 없다. 그런 주제에 시끄럽다. 나처럼 나약한 목격자들의 심신을 해하니 가능한 그 꼴을 보고 싶지가 않다.

 

작년 815일 그래도 광복절인데 국가에서 어떻게 기념하는지 궁금해서 보려다가 그런 선택을 한 자신을 학대할 뻔 했다. 부작용이 너무 커서 읽고 있던 책도 덮었다. 경축은커녕 속이 뒤집히는 느낌을 험했다.

 

그러니 조선왕조를 되찾자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공화국을 세워 자유, 평등, 정의의 세상을 만들자고 한 헌법의 기초가 된 선언도 만세운동도 거의 일 년간 전국 곳곳에서 이어진 격렬한 저항전쟁을 담은 3.1절도 기념할 리가 없다.

 

개인에게 기억이 중요한 만큼, 국가가 기념하는 일은 공동체에 큰 의미를 갖는다. 성공한 이들에게 훈장을 주는 것이 아니라, 희생하고 죽임 당하고 찾지 못하고 묻히고 가려지고 한 모든 일들을 잊지 않고 찾겠다는 약속이자 계승을 위한 되새김 학습이다.



 

나는 그토록 갈망했던, 제 한 몸을 불살랐으나 결국 얻지 못하고 찾지 못한 채 중원에 묻힌 수많은 영혼들을 생각해야 한다. (...) 나는 아들의 손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손끝으로 말해주었다. 조국이 무엇인지 모를 때에는 그것을 위해 죽은 사람들을 생각해보라고. 그러면 조국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고.”

 

- 정정화 회고록 <장강일기> 중에서

 

사진 : <정정화 초상>, 2020 학고재 갤러리

 

포기하니 복잡하지만 평화로운 휴일을 보내고 있었는데, 작년의 나처럼 속이 뒤집힌 친우들의 연락이 도착한다. 괴로워도 보고 기억하고 욕하고 타석으로 삼는 태도를 존경한다. 나는 못할 일이다. 도저히.

 

대통령과 행정부와 국가가 여기저기를 메우고 때우고 가린 상처를 열어 치료하려 노력한, 이제 천천히 한 발을 떼겠구나 했던 시절은 멀지 않은데, 심리적 거리는 전생 같다. 삼일절을 어떻게 기념했는지, 찾아보았다.



 

“‘그즈음 독립유공자 후손에 대한 폄훼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독립유공자 후손은 사회 부적응자라는 허무맹랑한 비난이었다. (...) 우리는 행사 사회자로 (...) 독립유공자 가족인 이재화 씨를 선정했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로 알려진 시인 이상화 선생의 후손이었다.“




우리는 단지, 낡은 생각과 낡은 세력에 사로잡힌 일본 정치인들이 공명심으로 희생시킨 불합리한 현실을 바로잡아, 자연스럽고 올바른 세상으로 되돌리려는 것이다.”

 

일본이 우리를 억누르고 민족 차별의 불평등과 거짓으로 꾸민 통계 숫자에 따라 서로 이해가 다른 두 민족 사이에 화해할 수 없는 원한이 생겨나고 있다.”

 

- <기미독립선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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