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위 게임 - ‘좋아요’와 마녀사냥, 혐오와 폭력 이면의 절대적인 본능에 대하여
윌 스토 지음, 문희경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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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구를 위한 방대한 조사는 감동적이고, 냉담할 정도로 차분하고 단호하게 써내려가는 저자의 글 분위기도 인상적이다. 인간의 행동을 설명하는 새로운 주장이며, ‘열망을 중심으로 이해해보는 지위 결핍과 부재는 익숙한 불안의 형태로 이어진다.

 

일독을 마치고 나니, 알랭 드 보통이 <불안>에서 언급한 지위에 대한 불안의 문장들이 떠올랐다. 지위에 대한 불안의 성숙한 해결책은 우리가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데서 시작한다. (...)누구로부터 인정받기를 원하느냐 하는 것은 우리의 의지에 따른 자유로운 선택이다.”

 

의지자유로운 선택과 같은 표현은 반발심도 생기고, 일부 부정할 근거도 있긴 하지만,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는 여전히 의지적 힘이 되는 구절이기도 하다. 외부에서 가해지는 지위에 대한 열망과 불안에 더해 개인이 상상하고 과장하는 면면도 일부 분명하다.

 

매일, 모든 이들이 서로 지위 게임을 벌인다는 전제를 받아들이면, 마치 호흡을 의식하세요, 라는 제안처럼도 들리지만, 심신과 타인에 악영향을 주는 원인으로 작용한다면, ‘의식하지 못했던것들도 인지하고 바꿔야한다. 모른 척 한다고 바뀌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

 

인간의 뇌는 진화의 산물이니, 과학정보로서 배우는 것도 흥미롭지만, 인간을 연구하는 주제라면, 역사학과 경제학을 살핀 책들이 훨씬 더 설득력이 있고 이해가 쉽다. 이 책의 장점은 저자가 여러 분야를 아우르는 연구 결과를 기초로 썼다는 점이다.



 

19세기, 서양의 산업사회 등장 당시 사회와 인간 양상을 분석한 <유한계급론>2023년 한국의 현실에도 설명력을 가진다. 과소비가 아닌 과시적 소비역시 지위 게임의 수단이자 결과이며, 갑질의 심리, 더 심각하게는 사이비 종교와 다양한 과학정보의 불신에 이른다.

 

인간은 다양한 욕구들을 가지지만, 이 책을 통해 만난 지위 욕구는 아주 거대한 동력으로 작용해왔다. 역사를 바꾼 큰 사건에만 관여한 것이 아니라 일상까지 촘촘하게 그 영향력을 펼친다. 우정, 협력, 연대를 보고 싶은 독자로서 나는 조금 서글플 지경이다.



 

욕구라는 것은 늘 양면성을 가지게 마련이라서, 지위 욕구로 추동된 인간 역시 파괴와 성장, 폭력적 퇴행과 성취, 이상과 전쟁 등의 모순적이고 대립적인 행위들로 역사를 채워왔다. 21세기에 끝내지 못하는 전쟁에 침통해하다, 계산과 거래가 덜 끝났을 거라 막연히 짐작하고 염오厭惡한 내 생각은 부박浮薄했다.

 

즉 계산만이 아닌 좌절, 패배감, 모멸감, 굴욕 등등이 보상 심리로 가장 폭력적이고 과격한 방식의 보상 심리와 지위 회복을 노린 결정이었을 수도. 인류는 매일, 일상과 사회와 국제 간에 지위게임을 펼치다가, 누군가가 임계점에 달하며 테러와 전쟁으로 현현되는 것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우리가 완전히 속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진실은 강하므로 진실을 알려고 진지하게 노력하면 합리적 사고는 가능하다. 개인의 경험으로 거품을 터트리고 밖으로 나올 수 있다.”



 

저자가 제안하듯, 욕구에 휘둘린 위험과 환성을 인식하고 휩쓸리지 않을 합리성을 인류가 회복할 수 있을까. 개개인이 충분히 합리적 존재가 될 수 없어도 집단 합리성을 구현할 수 있을까. 살면서 너무 합리적인 사람들 때문에 괴로워본 적이 없다. ‘합리성자체에 대해 더 오래 생각해봐야 나의 태도를 다듬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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