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라스×고다르 대화 채석장 시리즈
마르그리트 뒤라스.장-뤽 고다르 지음, 신은실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대화(대담)이란 건 이렇게 재밌는 것인가 합니다. 자신의 세계가 확고하지만 대화가 가능한 두 사람이 의례적인 정답이 아닌, 솔직한 세계관으로 팡팡 부딪치니 아는 바가 적은 독자인 저조차도 정보를 모르는 걸작 영화를 보는 것처럼 재밌게 읽었습니다.


 

79년부터 이루어진 세 번의 만남, 마르그리트는 은둔형 작가가 아니었기 때문일까요, 다양한 활동이 춤추듯 이어지는 대화에 단단한 힘이 되어 주는 듯 확고하고 유쾌합니다. 뒤라스와의 대화는 바다에서 결이 다른 두 파도가 넘실대는 듯합니다.


 

어제 읽은 시집에 꽃잎이 번진다는 표현이 있었는데, 이 두 분은 번지는 속도가 엄청납니다. 대화의 물꼬가 무엇이었건 결과는 이렇게 방대했을 거란 느낌. 회화라기보다는 두두두둑! 어느새 완공된 예술테마파크 한가운데 서있는 기분입니다.


 

예술성이란 것을 이토록 직설적이고 솔직하게 얘기해도 품위를 잃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부럽습니다. 작품들을 많이 감상한, 기초 지식이 충분한 독자라면 몇 배는 더 즐거울 것입니다. 뒤라스의 글을 더 읽고 고다르의 영화를 더 보고 다시 읽어보고 싶습니다.


 

읽다 보면 몇 번이고 영상들과 이미지들이 궁금해집니다. ‘당대의 예술가들이란 표현이 잘 어울리는 시대와 밀착된 삶을 엿보는 부러움도 큽니다. 이렇게 재밌게 배울 수 있다면 예술 공부는 대화를 통해 하는 게 최고라는 생각도 듭니다.


 

이해하는 바가 적으면서도 무척 즐거운 것이 민망하기도 하지만, 어느 쪽을 향하든 주제와 소재에 상관없이 읽으면서 듣는 듯한 대화의 즐거움이 대단합니다. 물입장이 다르고 평가가 다르지만, 보부아르가 끝내 피했던 사르트르에 대한 과격한(?) 평가도 일정 부분 통쾌합니다.


 

뒤라스 : 그런데 내 생각엔, 텍스트가 없으면 영화도 없다네. 존재한다고 할 수가 없어.

 

고다르 : 그래요 무성영화는 텍스트가 많았었죠.

 

뒤라스 : 그래, 그렇다네. 침묵은 늘 텍스트 주변을 맴돌지. 텍스트라기보다는 텍스트 읽기의 주변을. 말이 침묵을 부여할 수 있고, 말이 침묵을 창조한다네.

 

고다르 : "여성들은 자신에 대한 글쓰기를 멈춰야 한다"는 건 어떤 의미인지요?

 

뒤라스 : '여성 자신', 그들 자신에 대한 것, 남성이 터득한 일종의 논법, 자기 분석, 즉 이론화를 여성들이 실행하는 것을 멈추라는 걸세. (...) 나는 '여성이 되는 길', 여성이 무엇을 하든, 무엇이 도래하다는 내버려두는 데서 찾는다네. (...) 여성의 자리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 그것이 존재하는지 확신은 못하지만 - 이로부터 멀지 않았다고 생각해. 그건 유년기의 자리, 다시 말해 남자의 자리이기보다는 유년기라네. 남자가 여자보다 유아적이지만, 남자는 유년기가 더 짧지.

 

고다르 : 글을 쓰는 것은 분석치료와 매우 흡사합니다.

고다르 : 들라누아나 스필버그를 가리켜 저는 "영화창작자는 아니고, 영화 만드는 장인이다. 영화창작자가 아니다"라고 했죠. 사르트르에 관한 말씀과, 스필버그를 예로 들어 제가 한 얘기가 흥미롭게 겹쳐 보입니다.

 

뒤라스 : 한데 그가 문학 작품을 본격적으로 썼다 할 순 업지! 그의 연극은 교조적이고, 경향성이 짙네.

 

고다르 : 그가 협업한 영화들은 더 보잘것없지요. 하지만...

 

뒤라스 : 그는 엄청난 양을 써재꼈지! 무가치로 점철된 이력이랄까.

 

! 교향곡과 같던 대화 읽기를 마치고 음악이 들려 올 영화 #타르 #Tar 보러 갑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