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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요, 그게 차별인가요? - 무심코 사용하는 성차별 언어 ㅣ 왜요?
박다해 지음, 김가지(김예지) 그림 / 동녘 / 2023년 2월
평점 :
이 글의 제목으로 삼은 문장은 <선량한 차별주의자> (본문도 아닌)서문에서 자신의 차별주의적 언어 표현을 발견하고 깊이 반성한 경험에서 외워 둔 것입니다. 책이 없었으면 어떻게 이것저것 배우며 좀 덜 무해한 인간으로 살 수 있었을까요.
물론 이후로도 차별주의적 생각과 언어 표현을 새로 알아갈 때마다 놀람과 배움의 효과가 강렬했습니다. 다 아시겠지만 예를 들면 자궁/보궁, 분자/윗수, 분모/아랫수 등 생각과 질문이 미치지 않은 언어(곧 사유)가 많고도 많습니다.
이 책은 청소년 교양 시리즈이지만, 그냥 모두 다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무겁고 진지한 접근도 가능하고 필요한 주제들 - 페미니즘과 성평등 - 이지만, 이해가 쉽게 설명한 귀한 책입니다. 차별주의적 표현을 만날 때 가져야할 문제의식을 잘 짚어줍니다.
더 나아가 그 표현들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정답이 아닌 질문을 던지는 방식이라 고민하고 대화나누기에 좋은 가이드이기도 합니다. 각 장의 마지막에는 ‘함께 토론하기’가 있습니다. 토론이 어려우면 글로 생각을 써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하루에 사적 용도로 최대 2시간, 한번 접속 시 30분 이하로 나름 인터넷 사용을 제한하는 규칙이 있어서, 저는 기사 댓글에 시간을 배정하지 않습니다(못합니다). 친구의 전언에 따르면, 사회학 연구하기 좋은 날 것의 지옥도가 거기 있다고 합니다.
무척이나 폭력적이고, 차별주의적이고, 조롱과 혐오를 과시하고, 생명경시에 대한 경각심도 전혀 없고 무시무시하다고. 아픔과 상처와 어둠이 깊다고 느낍니다. 여러 복잡한 상황들이 있지만, 그래도 저는 이 문제 역시 교육이 다루어야할 주제라고 믿습니다.
집필하신 박다해 기자/저자께서도 그런 이유로 청소년 교양 도서 형식으로 쓰신 거라 생각합니다. 모르고 쓰는 표현도 많고 알고도 의도적으로 쓰는 경우도 있겠지요. 의미와 부작용에 대해서도 정확히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절대 지칠 수 없는 분량으로 각 장을 선명하고 친절하고 친근하게 써주셨습니다. 작고 얇지만 중요한 이야기를 꼭 읽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가방에 넣어도 부담 없을 무게에 아름다운 표지색입니다. 마지막으로 재미와 이해를 돕는 언제나 옳은 만화도 있습니다. 반갑고 감사한 네 컷 만화입니다.
비난 말고 먼저 알게 된 여러 표현들을 재밌는 놀이처럼 가까운 이들과 나누고 함께 기억하는 웃음 가득한 변화의 풍경이길 응원합니다. 뭔가 작은 내기 선물을 걸고 가족들이 대안 표현을 더 많이 기억하는 게임을 해봐도 좋을 듯합니다.
가능하면 서로 존중하고 다치게 아프게 하지 말고 아무리 생각하고 상상해봐도 그런 세상이 더 좋습니다. 가장 빠르고 확실한 변화의 시작은 ‘하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저는 많은 것들 중에 우선 ‘이놈, 저놈, 그놈, 나쁜 놈, xx 놈... 등등’이란 호명부터 시작하겠습니다.
“가해자를 ‘늑대’나 ‘그놈’으로 묘사하면서 범죄 행위를 설명한다기보다는 드라마나 소설 속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느껴져. 범죄의 심각성을 알리는 게 아니라 사소한 장난 혹은 흥미로운 이야기처럼 느끼게 만드는 거지. 게다가 제목 자체부터 가해 행위를 아주 적나라하게 묘사함으로써 성범죄를 재밋거리로만 소비하게 만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