줬으면 그만이지 - 아름다운 부자 김장하 취재기
김주완 지음 / 피플파워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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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MBC 경남 다큐 <어른 김장하>를 보면서 놀라고 아쉽고 안도했다. 어디에 목소리가 편중되어 있기에 이런 분 소식을 이제 듣나 싶기도 했고, 몰라서 그렇지 역시 세상엔 이런 분들이 짐작 보다 많으니 내 불안이 과장된 것일 뿐 절대 안 망할 것 같다고 믿고 싶기도 했다.

 



책을 읽을 생각은 못 했는데, 오래 전 돌아가신 만난 적 성인들보다 근사한 이웃이자 존경스러운 어른이 담긴 책을 곁에 두고 자주 봐도 좋을 듯했다. 나눔이 일상이 된 분이니 얼마를 쓰고 몇 명을 도왔다는 헤아리기가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내게 고마워할 필요는 없다. 나는 이 사회의 것을 너에게 주었으니 갚으려거든 내가 아니라 이 사회에 갚아라고 하신 선생의 말씀을 저는 한시도 잊은 적이 없습니다.”

 

그보다 평생 지원하신 영역들을 하나씩 짚어나가다가 마음이 간질거리는 것도 같고 뜨거운 것도 같은 느낌이 들었다. 소위 교육열, 더 솔직하게는 한방 입시 신분 상승에 자본과 시간을 끝없이 쏟아 붓는 한국사회에서, 다른 여러 분야를 간과하지 않으셨다는 것.

 

! 정치를 제외한 영역들. 교육, 사회, 문화, 역사, 예술, 여성, 노동, 인권 등

 

생명을 다루는 분이라 온전한 생명으로 살아갈 수 있는 모든 영역을 두루 살피고 각각의 중요함을 깊이 이해하신 것만 같았다. 이익 계산이 끝나면 거침없이 공적으로 조롱과 협박을 당하는 여성의 입장, 사람을 일회용품처럼 쓰고 버리는 노동 현실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취재를 허락받지 못해 사부작사부작 걸으시는 뒷모습이 나온 영상이 참 좋았다. 과시적 소비의 전형인 차를 소유하지 않은 한국에 사는 부자. 그의 베품은 50년 넘게 해온 일상이고 삶이었다. 공적 인간, 공인이란 임명장이나 신분증 없이도 이런 분을 일컫는 단어일 것이다.

 

김장하는 교장에게 이사장실을 비우라고 했다. 그리고 그 자리를 양호실로 쓰도록 했다.”

 

이사장이 자전거를 타고 학교 안으로 들어오는 모습은 학생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찾아오는 사람을 내치지 못하는 선생의 약점(?)은 아이 소리가 나면 방문을 열고 나오셨던 법정 스님을 생각하게 한다. 제 가족들의 휘고 굽고 망가진 몸을 밟고 좋은 일 한다는 괴이한 이들도 있는데, 김장하 선생은 그도 아니다. 저자의 질문처럼,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그 별은 보일 듯 말듯하면서도 그러나 역할은 한다, 앞에 나서지 말고 항상 제 역할을 하는 그런 사람이 되라는 뜻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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