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래시 정치 - 안티페미니즘은 어떻게 권력이 되었나
신경아 지음 / 동녘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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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서가 이상하지만(?) 이 책을 읽은 후 1992년 첫 출간된 수전 팔루디의 <백래시Backlash>를 지난주부터 읽기 시작했다. 백래시의 역사를 역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느낌이다. 힘든 점은 지독하게 느린 변화와 성취한 변화의 탈취奪取가 더 선명하게 보인다는 것이다.

 

과거에 우리는 권리를 얻기 위해 싸웠다. 지금 우리는 그것들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싸운다.”

 

약육강식이란 저열한 믿음을 공유하는 극우세력이 권력을 얻으면 그 믿음대로 차별, 혐오, 소외, 폭력이 난무하게 마련이다. 이미 자행된 것을 제외하고도 작년부터 차마! 상상하지 못한 권리 찬탈 소식들과 예고가 들려왔다.

 

혐오와 적대의 감정에서 형성된 타자에 대한 상징폭력은 일시적인 쾌락을 주며, '우리'의 결집된 힘을 확인할 수 있는 효과적 도구로 체험된다. '우리'는 더 이상 약하지 않다, 짓밟을 '그들'이 있는 한.”

 

로 대 웨이드’( Roe v. Wade , 410 U.S. 113, 1973)는 헌법에 기초한 미국 대법원의 해당 법률에 관한 가장 중요한 판례였음에도 무효화되었다. 무지하고 잔인한 농담처럼 들렸던 여성가족부폐지가 한국사회의 대선 공약으로 등장했다.




유엔과 인권단체는 한국 강간죄 법을 바꾸라고 권고를 계속하는데 현 법무부 장관은 비동의 강간죄에 억울한 사람이 처벌 받을 것이라 한다. 비동의한 강간범이 뭐가 어떻게 억울한지 아무리 생각해도 모를 일이다. 타인의 의사에 반하는 폭력은 변명의 여지없는 범죄 아닌가.

 

오해마시길, 법 제정 단계의 논의가 아니라 비동의강간죄 검토단계에서 검토가 철회되었다. 이 시점에서 누가 억울한지 하는 심정으로 묻고 싶다.

 

자신들의 권력이 줄어든다고 느끼는 집단은 불안을 투사할 희생양을 찾았는데, 이때 천주교 신자들, 유대인들, 흑인들, 페미니스트 여성들이 지목되었다는 것이다. 가난하거나 학력이 낮은 남성들은 반페미니즘 테제의 창시자이기보다는 수용자였고, 그들 역시 여성들에게 화살을 돌리고 응징함으로써 위안을 얻으려 했다.”

 

수전 팔루디의 <백래시>가 당시 미국상황에 주목한 것이었다면, 이 책은 친절한 설명과, 당시 간과한 내용들, 그때 이후 백래시의 현재까지의 동향, 한국 사회의 백래시, 대항법을 추가 제시하여 비로소 한국사회에도 적용할 방법을 짚어준다.



나와 같은 입문 독자에게도 길잡이가 되고, 번역서로서도 최상이고, 이미 관련분야에서 애쓰시는 분들에게는 실전가이드가 되어줄 것이다. 읽을수록 선명해지니 인터뷰 하신 내용도 꼭 찾아보시길 바란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3020811200004707?did=NA

 

상대가 저열하면 전투의욕이 오히려 상실된다. 그러나 중요한 문제에 있어 상대의 저열 여부를 따져 물을 여유도 필요도 없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밀려드는 고작 그런 이유로라는 허탈함에 호흡을 고르며 정신을 가다듬었지만, 책이라는 물성이 단단한 의지가 되었다.

 

! 공감의 위로와 선명한 배움이라는 선물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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