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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 불길, 신냉전이 온다 - 일대일로 정책에서 타이완해협의 위기까지 더 은밀하고 거대해진 중국의 위협
이언 윌리엄스 지음, 김정아 옮김 / 반니 / 2023년 2월
평점 :
해외특파원, 취재원, 보도원인 저자는 수많은 기록과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을 펼친다. 신냉전의 전선이 상상 이상으로 길고 방대하고 투자자본이 막대해서 놀라고 두렵다. 군사, 산업, 정치, 지역, 사이버 공간 등 전 영역에서 점점 더 격렬해지고 있다.
동남아시아에서 이어진 갈등이 이제 이해가 된다. 중국이 투자한 기반시설 - 철도, 가스 송유관, 항구가 모두 여기에 있다. 최전선일 수밖에 없다. 통제가 심해 정확히 모르는 중국 국내에서처럼, 중국은 인터넷 기반시설들을 통해 디지털 감시를 강화할 것이다.
디지털 실크로드 전략과 화웨이가 제공하는 감시체계인 ‘안전도시 솔루션’은 독재국가들에 제공되고 있다. 거대한 데이터 풀을 보유하게 될 것이다. 타이완이 무너지면 우리는 삼성이 반도체 사업을 독점하게 된다고 좋아만 할 수 있을까. 오히려 같은 꼴을 당할 수도 있다.
남중국해가 막히면 대체에너지개발을 외면한 한국은 원유와 천연가스 없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가장 두려웠던 예측, 저자는 전쟁은 어느 국가에나 시간문제일지 모른다고 한다. 근거 없는 낙관보다 나쁘지 않지만 상상조차 두렵다.
“우크라이나전쟁이 벌어지자, 타이완 사람들은 답을 기다릴 여유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한반도가 지정학적으로 ‘특수’하다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체증처럼 느껴지는 반갑지 않은 부담 같기도 하다. 역사학자 중에는 한반도에서 독립적인 언어, 문화, 국가 정체성을 가진 민족이 살아남았다는 것이 기적처럼 느껴진다는 이도 있다.
한반도는 늘 생존을 위한 고민이 크다. 인간이 전쟁을 일으키지 않아도, 일상생활을 하는 것만으로도 기후환경을 너끈히 망친 세상이고, 천재지변 앞에선 사유와 숙고도 무력하지만, 불안을 낮추기 위해 냉전 - 탈냉전 - 신냉전으로 구분되는 한반도의 상황을 찾아보았다.
냉전 시절은 물론이고, 탈냉전에도 한반도엔 봄이 오지 않았다. 차가운 분단선을 가르고 사는 이 작은 땅에서 온갖 방산산업과 첨단무기와 핵무기마저 생산되고 있다. 이제는 누구를 위한 적대감인지도 헷갈리는 혐오와 생명경시가 정치권력에 힘입어 기세를 더욱 올린다.
누구도 편들지 않고 이익을 도모하며 우리끼리 잘 살 수 있는 영리한 외교정책이 탄탄하고, 대만해협을 둘러싼 미중 군사 갈등은 우리 문제가 아니길 바랐다. 복잡한 이유가 있겠지만 어느새 슬금슬금 신냉전의 한 가운데로 밀려가는 바람직하지 않은 불길한 기분이 든다.
러시아-우크라이나전 발발 전에는 온갖 위협이 다 뻥이라고도 생각했다. 이제는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는 두려운 생각을 한다. 한국전쟁은 3년 지속되었다. 우크라이나의 비극도 적어도 일 년 길면 한국전쟁 양상을 띨 거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약화되는 미국, 거대해지는 중국의 대결에서 한반도는 가장 첨예하고 장기적인 냉전의 영토가 될 수도 있다. 다른 국가의 교착은 한반도의 빙하기일 수 있다. 미국은 계산 끝에 중국과 러시아가 아닌 북한과 전쟁을 치를 수도 있다. 끔찍하고 떨린다.
비핵화 협상은 재개될 것인가, 종말을 고한 제안인가. 미국은 늘 전쟁국가였고, 중국과 러시아는 군사대결을 피하지 않을 수도 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용으로 정치군사적 대결 국면을 만드는 전략은 앞으로도 일어날 것이다. 반전과 평화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고 끝까지 지킬 국가는 얼마나 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