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열 로드에서 만나 텍스트T 4
이희영.심너울.전삼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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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페토와 로블록스가 내 단어목록에도 들어왔다. 메타버스를 기준으로 세대를 나눠보면 새로운 기술을 체험하는 내 세대와 활용된 기술을 일상으로 자연스럽게 즐기는 것으로도 나눠질 것 같다. 메타버스로 구축된 게임이나 광고는 아이들이 더 익숙하고 먼저 접한다.

 

이 책은 나로선 처음 접하는 메타버스 문화를 다루는 문학이다. 가상현실에 자신이 동일시할 캐릭터들이 있고, 그 공간에서 친구를 사귀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3가지 에피소드들에는 문화에 대한 해설과 간접경험이자 경계할 점을 지적해주는 염려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유일하게 위로를 주는 곳은 가상 세계뿐이라 믿었다.”



 

가상세계로의 이전이 얼마나 가능할지 모르나 그 가상세계를 운용하기 위한 현실 세계는 여전히 필요하다(혹은 아직은 필요한 상태다). 표제작에서는 가상세계의 화폐를 결제하기 위한 채이의 상황과 부모님의 현실 가게 형편이 대비되어 복잡한 생각과 감정이 차올랐다.

꿈을 가지는 건 인간적인 일 아닌가요?”



 

오래 전이지만 정밀하게 기록되고 자전하는 지구본을 가질 수 없는 이들에겐 여전히 세계지도전도가 필요한 것이고, 같은 논리로 해외여행이나 사파리 투어를 할 수 없는 아이들에게는 동물을 가둔 동물원이 유일한 체험 공간이라는 주장을 들었다.

 

두 번째 에피소드 <이루어질 수 없는>은 제목이 충분히 슬프다. 가상세계나 메타공간이 현실 여행을 갈 수 없는 이들에게는 어떤 경험일지 나는 아직 누구에게도 물어보지 않았다. 직접 만리장성 방문 체험은 해보았으나 그건 현실여행과는 모든 게 달랐고 매력도 없었다.

 

같은 메타버스에 있어도 둘이 감각하는 자유는 달라요.”


 

온라인 공간에서의 실명과 관련된 논란이 뜨거웠던 시절이 있었다. 한동안 업데이트된 내용을 접하지 못해 지금 상황은 잘 모르겠다. <수수께끼 플레이>에서는 메타버스 공간에서 친구관계에 대한 질문이다.

 

친구라면 현실에서와는 어떻게 무엇이 다른 관계일까. 각자가 제공한 정보 이상을 물어보는 일은 관계 맺기 규칙에 어긋나는 것일까. 대화와 소통과 취향을 나누는 관계가 친구 관계라면 메타버스 게임 속이지만 진짜 친구인걸까.

 

우리 집 십대들은 현실에서 아는 이들을 온라인 공간에서 만나는 관계를 맺고 있다. 본명을 아는 이들을 아이디나 닉네임으로 부르고, 자주 바뀌는 프로필 사진을 정체성으로 서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데도 문제가 없는 듯 보인다.

 

이 책의 내용은 이미 누군가가 겪은 상황이고 다른 누군가가 곧 겪을 수 있는 상황이다. 본명도 얼굴도 모르지만, 사적 정보를 궁금해 하지 않은 채로, 나 역시 온라인으로 만난 많은 분들이 좋아하고 존경한다. 여러 해를 지속적으로 소통하는 이들도 계신다.

 

진위 구분이나 선을 긋는 일보다, 나는 우리의 관계 맺기가 다양해지고 확대되고 소통이 활발해졌으면 좋겠다. 흔한 말이지만 문제는 수단(기술)이 아니지 않을까. 환경을 좀 덜 유해하게 만드는 일에 관심이 크다. 이미 범죄에 활용되는 현실이 가장 아프고 두렵다.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경험의 정도에 따라 재미도 문제의식도 다르게 읽힐 것이다. 현재와 미래에 공유하고 논의할 중요한 질문들을 담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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