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보와 앤 - 아무도 오지 않는 도서관의 두 로봇 보름달문고 89
어윤정 지음, 해마 그림 / 문학동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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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예한 것들이 아주 많은 시절이었다. 그 속에는 알고도 모른 척 했던 상흔들도 가득할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다친 자리들이 이제 모두 따끔거리며 벌어지는 느낌이었다. 안부조차 물어도 되는지 혼란스러웠다. 넌 괜찮아?”

 

몇 주 전 독거노인들이 당신들이 죽은 후 함께 지내던 로봇의 안위를 걱정한다는 기사를 얼핏 보았다. 매일 들리던 목소리를 가진 존재를 일상의 유일한 가족으로 삼아 살던 시간에 마음 어딘가가 푹 꺼지는 기분이 들었다.

 

로봇과 나누는 감정, 현실에서 아무도 용을 만난 적 없지만 아주 익숙한 존재로 인간 세계 어디나 자리 잡은 것처럼, 인간과 로봇의 친밀한 관계는 흔한 소재이고, 나는 설정에는 전혀 불만이 없지만 왜 이리 슬픈 결말이 많은지가 늘 아쉬웠다.

 

그리움은 슬프고도 아름다워. 그리움은 아직 사랑이 끝나지 않았다는 뜻이거든. 끝낼 수 없는 마음이거든.”

 

인간이 짐작하는 자신의 미래가 그리 희망적이지 않아서일까, 디스토피아는 단지 경고를 위한 통찰만은 아닌 것일까. 아이가 등장하는 장면마다 우리 집 십대들이 투영되니 오랜 상처에 새로운 상처가 더하는 느낌이다. 마스크만 벗으면 다 끝난 것일까...

 

시간은 쉬지 않고 흘렀다. 밤은 끝나지 않을 것처럼 길었다.”


 

작품 속 그리움은 우리가 서로를 경계하고 때론 원망하면서도 그리워하던 기억을 불러낸다. 재난은 아주 선명하게 차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것도 목도했다. 한동안 뉴노멀에 대한 논의가 부상했지만 얼마나 변한 걸까, 변하고 있기는 한 걸까.

 

숨 막히는 돌밥돌밥과 효율이라곤 없는 지옥 같은 재택근무와 안전을 위한 격리라는 투옥, 수다와 대화는 더 활발했을 수도 있었겠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근육이 경직된 듯 침묵도 길었다.


 

어린이들은 더 어린 아이들은 어떻게 느꼈을지. 무엇을 느꼈을지. 무슨 상황인지 다들 정확히 알고는 있었을지. 드문드문 간 학교와 어쨌든 올라가는 학년, 담임과 반친구들은 새로 만났으나 마스크 밖으로 드러난 부분만 보고 산 시간, 마스크를 벗으면 오히려 누군지 못 알아보겠다던 아픈 이야기.

 

우리에게 다른 재난이 닥친다면 그때는 어떤 방식으로 대응할 것인지, 코로나 팬데믹과는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 나는 어떨 것인지 그런 생각을 잠시 해보았다. 처음이라 다들 당황했고 몰랐고 그땐 그것이 최선이었다는 설명은 일회용이어야 하니까.

 

힘들었고 아팠고 두려웠던 모든 이들에게 보내는 상담시간 같은 책이다. 그러니...

 

넌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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