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번 메타버스를 타야 학교로 가나요? - 조금은 느린 자폐성 발달장애 우리 아이. 온라인 블록 세계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성장 스토리
Reborn Kim 지음 / 좋은땅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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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읽은 책들 중에 가장 인상 깊고 많이 배운 책들 중에는 자폐에 관한 책이 있다. 분량이 상당한데도 지루한 줄 모르고 읽었다. 익숙한 명칭에 비해 아는 바가 적었던 자폐의 역사와 멈추지 않고 알리고 필요한 사회적 시스템 마련을 위해 애쓴 분들이 빼곡했다.

 

자폐한 단어로 정리된 부족했던 사유가 자폐스펙트럼’ ‘신경다양성으로 늘어난 만큼 사유의 폭도 상상의 여지도 생겨났다. 모르는 삶과 세계는 얼마나 다양하고 넓은지... 세상은 때론 영웅들로 가득한 듯 느껴진다.

 

1930년대 개념이 형성된 자폐는 이제야 겨우 틈을 넓히며 조금씩 받아들여지고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것 같다. 기록된 역사를 목격하는 동안에는 내 조급증도 조금 치료되는 듯했다. 당시의 무지와 차별은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자폐는 인간 특성이 되는 여정에 있다.

 

이 책은 자폐스펙트럼에 더해 메타버스에 대해서도 내가 가진 편견을 톡톡 건드려주었고, 몇 권의 책을 통해 기술적으로 이해하고 전혀 다른 분야에서 만나 본 메타버스의 기분 좋은 활용 사례를 보여 주었다.

 

그 책도 이 책도 자폐인 가족이 직접 기록한 책이다. 당사자와 가족의 이야기를 가깝게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같은 장애를 가진 독자들에게도 무척 활용도가 높은 귀한 사례이다. 장애 진단을 받고, 여러 고민을 하고, 시행착오들을 거치고, 함께 성장하고, 서로 이해하는 이야기는 늘 몰입도가 크고 배울 점이 가득하다.


 

자폐를 빼고 읽으면 여느 가정이 새 가족 구성원을 맞아 함께 살아가는 여정과 크게 다를 바도 없다. 힘들고 어려운 분위기를 예상했다면 어느 순간 잊어버릴 정도로 행복한 도늬 가족의 풍경이 펼쳐져서 참 좋다.

 

경험해본 적 없는 로블록스 메타버스라는 게임을 나도 찾아볼까 싶을 정도. 예전에 나는 <문명Civilization>의 팬이자 다소 중독자였다. 유학 가서도 새로운 버전 출시 소식에 게임CD를 행복하게 구매했을 정도.

 

어쩌면 태어나서 내내 디지털 세계를 접하며 살아온 세대를 나는 모두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환경이 바뀌면 새로운 경험, 언어, 개념, 취향, 호불호, 의미와 가치 등등이 모두 새롭게 생겨난다. 메타버스 환경이 자폐 스펙트럼만이 아닌 여러 다른 어려움을 겪는 다른 아이들에게도 자기훈련과 성장의 공간이 되어줄 것 같다.


 

디지털세계, 메타공간의 경험도 아날로그 세대의 현실 경험처럼 실질적인 경험치를 쌓게 해줄지 모른다는 생각을 이 책 덕분에 처음 해보았다. 배우고 도전하고 즐기고. 온라인 수업과 회의와 모임도 이미 시작된 지 여려 해가 아닌가.

 

너무 빨리 판단하고 결정하고 거부하는 대신 새로운 것들을 기회나 계기로 궁금해 하는 그런 여유 - 심정적이고 시간적인 - 가 우리에게 더 있으면 한다. 조급하고 불안한 기분은 더욱 초초하게 만들지만, 심호흡을 하고 조금 오래 지켜봐주는 그런 힘든 일이 필요할 때가 있다.


 

도늬가 내내 행복하길, 새로운 꿈을 만나면 즐겁게 이룰 수 있기를 응원한다. 휴일의 마지막 책으로 행복을 느낄 수 있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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