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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고전 - 날마다 내공이 쌓이는 고전 일력 365
이상민 지음 / 라이온북스 / 2023년 1월
평점 :
절판
새해 선물 받은 일력들을 모두 빼앗겼다. 아날로그 취향이라 책상 위에 일력이 있는 것이 좋고, 메모하는 것도 즐긴다. 없으면 할 수 없지 하던 중에, 늦게 만나 내 것이 될 고전 일력이 생겼다.
고전을 조금 읽는 척 해봤지만, 이 일력에 인용된 48권의 동양고전 중에서는 제목도 낯선 것들이 있다. 소위 득템이다. 원전을 읽지 않고도 배울 수 있는 고전 원문들이 적어도 백 개 이상은 될 것이고 무척 친절한 해석도 있다.
고전을 읽는 매일을 살아본 적이 없다. 올 해는 새해에 새로 시작하는 일을 못하고 있는데 뜻밖에 자연스럽게 매일 할 수 있는 새로운 과제가 생겼다. 조금 설렌다. 어원학을 좋아해서, 뜻글자인 한자를 배울 때도 무척 즐거웠다. 한문의 묘미를 시적poetic이다.
책점을 즐기는데(맹신 아님 주의), 별다른 의식은 없고 그저 아무 페이지나 펼쳐보는 것이다. 일력점은 처음 본다. 그래도 오늘 1월 28일은 의식적으로 펴보았다. “어진 사람은 근심하지 않는다.” 인자불우(仁者不憂)
근심하지 않는 이유가 다른 사람에게 나쁜 짓을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니 근심 많은 나는 다른 사람에게 다른 생명에게 늘 나쁜 짓을 하고 살기 때문인가 한다. 몰라서 짓는 죄도 크고 알아도 어쩔 도리가 없어서 혹은 핑계를 찾아 계속 유해하게 산다.
오늘은 선물로 받은 레몬 6개를 황설탕을 넣고 조려서 과자를 구웠다. 철이 아닌 레몬은 내가 주문한 게 아니라도 탄소배출이 꽤 될 것이고, 황설탕도 공정무역이라곤 하지만 탄소마일리지가 클 것이고, 과자는 필수품이랄 수 없으니 어쨌든 유해한 짓을 했다.
아무리 노력해도 수행자처럼은 살 수 없겠지만, 시스템이 마련되면 좀 더 잘 따라할 수는 분명 있는데, 우리 모두를 죄책감과 불안에 방치해두는 현실이 많이 밉다. 얼핏 눈에 띈 기사 제목이 아팠다. “기후 악당 어른들은 지구에서 손 떼세요!”
‘습관이 오래되면 마침내 천성이 된다’ 나는 이 통찰에 동의한다. 좋은 습관은 아주 중요하다. 습관이 삶이 된다. 성격이 되고 어쩌면 꿈을 이루는 데도 영향을 미친다. 인류에게 낭비하지 않는 습관이 오래되었다면 1.5를 불안해하며 디스토피아를 느끼지 않아도 되었을 지도.
지구는 바라던 평형을 이룰 것이다. 어쩌면 우리가 아직 기억할 지도 모를 ‘에너지 보존의 법칙’은 무척 엄중한 의미가 있다. 지구 대기에 갇힌 지구 내의 에너지는 보존된다는 것, 그러니 어딘가의 가뭄은 다른 어딘가의 폭우가 된다. 반드시 보존의 대가를 치르게 된다.
고전을 읽으며 일력과 친해지는 사이 날이 어두워졌다. 빛이 줄어들면 시야가 좁아지고 생각도 차분해지는 기분이다. 오래된 진화 속에서 살아온 생물로서의 감각이 남은 것이다. 어둠을 밝힐 인공빛을 발명하면서 생긴 문제들도 여럿이다.
2023년의 시작은 참 게을렀다. 하루라도 더 쉬고만 싶었다. 예전에는 쉬는 일이 불안했는데 이젠 한없이 게을러질 수도 있을 듯하다. 게으름과 자포자기에 대해 잠시 생각해본다. 분명 강한 연관이 있다. 자포자기가 먼저다.
짐승, 금수, 개, 새 등등 인간은 짐승을 멸시해서 멸칭으로 욕으로 오래 사용했다. 지금도 그렇다. 나도 아는 욕이 별로 없어서 죄도 없는 개를 빌려 욕을 하고 개에게 사과를 여러 번 했다. 욕먹을 짓만 하는 인간이 다른 동물에게 욕을 한다는 건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짐승을 쫓아 물어 죽이는 것은 개이고, 그것을 풀어 쫓도록 지시하는 것은 사람이다.” 逐殺獸者拘也 發縱指示者人也 짐승에 비유되던 어떤 인간 집단은 지시 없이도 알아서 사람을 물더라. 혹 내가 모르는 배후가 있을 지도. 십팔사략十八史略이란 고전이 궁금해진다.
바라시던 계획과 결심에 설레는 날들 보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