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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는 외계인 ㅣ 허블어린이 2
이재문 지음, 김나연 그림 / 허블 / 2022년 12월
평점 :
아이들을 가르치는, 학교에서 어른인 자신은 이방인이라고 자기소개를 하는 작가에게 단박 호감이 간다. 무척 감탄했던 <몬스터 차일드>의 저자시다. 교육이라는 명칭으로 아직 ‘미성숙한’ 어린이들을 교정하려는 어른들과 사회에 통쾌한 일침을 주는 책이었다.
자매의 관계와 심리에 대해 재밌게 풀어내신 책인가 흥미로웠던 내 짐작을 훨씬 넘어서는 작품일 것이다. 그럼에도 언니에게 애증이 있고 어쩌면 ‘외계인’이라 의심할 지도 모를 여동생들이 반길 제목이고, 우리 집 초5에게도 소개하고 싶다. 감상과 심정이 무척 궁금하다.
“편견을 가져선 안 되지만, 쉽지 않았다.”
짐작보다 스케일이 거대하다. 다른 행성 출신 입양 언니! 그러니까 비유적 의미의 외계인아 아닌 것이다. 물론 그 경계의 밖이란 지구인 입장에서 정한 것이지만. 무척 도전적인 과제이기도 하다.
현실의 어른들은 지구공동체에도 이르지 못한 형편이지만 어린이들을 다를지 모른다. 설레는 상상이다. 언젠가 인간이 확장하고 포용할 수 있는 다양성은 우주만큼 무궁무진할 것인가. 언니로만 살아서 늘 궁금했던 동생의 이야기가 궁금해서 어른 독자인 내가 먼저 읽어 본다.
당연히 짐작할 수 있는 여정이 펼쳐진다. 힘들고 고민스럽고 싫기도 하고 불편하고. 여행은 친하던 사람들의 관계조차 힘들게 하기도 하지만, 갈등 해결의 계기가 되어 주기도 한다. 더구나 가족이 위험에 처하게 된다면(스포일러 방지를 위한 상세 내용 소개 생략).
“아무리 낮은 가능성이라도 내게 일어났다면 그건 100퍼센트 가능성이 되는 법. 사고란 원래 그렇게 일어난다.”
늘 어린이들을 살펴보고 이해하려 노력하는 작가의 섬세한 이해가 아름답게 표현되었고, 자신의 고민처럼 어린이들의 감정이 담겨 있다. 긴장감 있는 위기탈출 모험 소설의 재미도 있다. 물론 가장 기대되는 것은 관계의 변화이다.
딱히 상대가 내게 나쁜 짓을 하지 않아도 친해지지 않는 이들도 있다. 성장과정에서 나도 여러 번 경험했고, 그 경우에는 노력이 무용할 때도 있었다. 최선은 좋아지지 않더라도 이유 없이 싫어하지는 않는 것이다. 나는 깜냥이 작은 인간이라 그게 최선이었다.
“사실, 나는 얀의 진심을 알고 있었다. 알면서도 모른 체했다.“
당연히 작가와 주인공은 훨씬 더 멋진 일들을 한다. 대충 감정 반응이라고 치부하지도 않고, 자신의 편견을 인정하고 그럼에도 어려운 점을 고민하고 필요한 도움을 주고 차곡차곡 애정을 쌓아가는 일. 솔직하고 성실하니 단단한 관계가 될 것이다.
“먹는 거, 자는 거, 걷는 거, 뭐 하나 쉬운 게 없었다. 뭘 해도 사고를 일으키기 일쑤였다. 그러나 가장 견디기 힘든 건 따로 있었다. 나는 여기서 철저히 외계인이라는 점이다. (...) 나만 다르다는 소외감. 사람들이 아무리 친절히 대해줘도 무능한 스스로에게 느끼는 실망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