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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 관계적 타자 ㅣ 배반인문학
임지연 지음 / 은행나무 / 2022년 10월
평점 :
매해 우리는 동물이 된다. 2023년은 토끼해이다. 토끼띠인 사람들은 자신의 해가 왔다고 한다. 인간의 시간을 동물로 채우고 만나는 일에 우리는 익숙하다. 자신의 동물에 대한 애정도 없지 않다. 정체성의 일부가 된 친근함과 애정을 현실 동물에게도 확장하면 얼마나 좋을까.
안타깝게도 현실의 우리는 생명이 아닌 주로 식재료로 동물을 만난다. 그 식재료를 더 싸게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해 야생동물의 거의 모든 것을 빼앗는다. 아주 자연스럽게 차별하고 혐오가 담긴 언어를 여전히 사용한다. 다른 일도 그렇지만 인간은 괴리를 잘 참은 존재다.
시인이 전하는 사랑이야기와 관계 맺는 방식이 진지하고 아름답고 철학적이고 윤리적이고 비판적이고 탐구적이다. 자신의 종 내부에서도 지배구조가 강고한 인간이 동물을 해방시킬 수 있을까. 새해답지 않게 우울한 요즘이라 생각이 온통 어둡다.
30년쯤 보니 그만 다음 세대로 넘기고만 싶었던 인간중심주의... 수명이 짧은 인간이라 생각도 좁다. 내가 그 결과를 볼 수 없다 하더라도 반드시 언젠가 그렇게 될 것이란 튼튼한 신념, 그런 것이 참 부족한 깜냥을 가졌다.
그래도 ‘사랑’이 더 필요하다. 사랑을 이야기하는 이야기를 더 자주 만나야겠다. 심성이 몹시 못나게 거칠어지고 있다. 시인이 묻는 질문들을 함께 생각해본다.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인가. 어떻게 함께 살아가야 할 것인가.
“동물과 인간은 서로를 현실적으로 긍정하면서 둘이 함께하는 무대 위에서 춤을 출 수 있다. 그러려면 우리는 동물에 대해 더 많이 알아야 한다.”
! 동물 보호와 동물 해방은 동물을 위한 일인가
! 지향할 새로운 인간성이란
“실패와 성공이 오가는 소통을 통해 우리는 대화를 나누고, 그 과정에서 서로가 권리를 부여해야 한다.”
물리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가끔 걸음을 멈추고 생각을 멈추고 어리둥절 혼란스럽다. 나는 어떤 현실을 살고 있는지 정말 모를 기분일 때가 많다. 문학과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평행우주가 꼭 있었으면 싶고, 다른 세계를 상상하는 일로 도망가고도 싶다.
“우리 사회는 종차별적이기도 하지만, 성차별, 인종차별, 언어차별 등 다양한 차별을 안고 있다. 여성은 오랫동안 ‘자연’이나 ‘동물’로 비유되어왔다. 아기를 낳아 기르는 여성과 비좁은 스톨에 갇혀 새끼를 분만하고 젖을 먹이는 어미 돼지는 종을 가로지르는 교차적 지점에 있다.”
인간이어서 야기하는 모든 문제들과 인간들이 함께 사느라 발생하는 모든 갈등이 괴로우니 답은 ‘인문학 혹은 인간학’에서밖에 찾을 수 없을 것이다. 내가 나를 찾고 내 정신을 잡아 세우는 일이 변화와 전환에 무슨 기여를 할까 싶긴 하지만. 적어도 조금이라도 덜 유해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