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층 소녀의 비밀 직업 우리학교 소설 읽는 시간
스테이시 리 지음, 부희령 옮김 / 우리학교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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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애틀랜타, 1890. 가난한 열일곱 살 (소위)유색인종 소녀, 이중차별이란 표현도 부족하다. 유감스럽게도 복합은 골절에만 붙는 말이 아니다. 문제가 없는 시절은 없으나, 현재에도 인식과 대응과 비판과 처벌 양상은 종종 시대적 퇴행을 의심하게 한다.

 

스위트 포테이토가 뒤틀린 다리를 갖고 태어난 것처럼, 우리는 장애를 갖고 태어났다. 백인이 아니라는 장애. 그것은 스위트 포테이토의 경우와는 달리 교정할 수 없는 장애다.”

 

바이러스 무색하게 창궐하는 가짜뉴스 중에는 성차별에 관한 내용도 풍성하다. 그럼에도 차별과 혐오가 근래에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한다면, 뿌리 깊은 역사를 찾아보고, 현재 진행 중인 바로 곁의 사례들도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림자 속에 사는 이들은 하늘을 향해 주먹을 쳐들지 않는다. 눈에 띄지 않게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여성들에게 투표권이 주어진다 해도, 동양인들은 여전히 뒤에 남을 것이다.”

 

아름다운 표지와는 결이 다른 무거운 주제이고 분량도 적지 않아서 우리 집 십대들이 언제 일독할 지는 장담할 수 없다. 그래서 겁쟁이인 어른 독자가 알고도 늘 아픈 풍경을 먼저 들여다보았다. 역사와 현실에서 불가능했던 속 시원한 해법을 몹시 고대하였다.

 

노예제는 폐지되었으나 인종주의는 활활 타올랐던 19세기, 나라면 숨만 겨우 쉬고 숨고만 싶었을 시절, 차별이 비일비재하고 만연한 환경에서, 열일곱 살 주인공은 항복하지 않는다. 뜻밖에 가명(필명)이 달콤해서 - 스위티sweety - 그 괴리가 행복한 결말의 암시이길 바랐다.

 

사회의 최상층에서 바닥에 이르기까지, 안과 밖을 모두 바라보는 누군가가 해야 할 일이다.”

 

페미니즘이 교양이던 대학시절(혹은 그렇다고 믿은 시절)부터 읽고 만난 인물들과 역사적 변화들이 이곳저곳에 자연스럽게 드러나 있다. 아는 만큼만 연상이 가능한 구조라 열심히 공부하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사람들이 우리를 대해 주길 바라는 방식으로 우리가 먼저 행동해야 해.”

 

소설로서의 재미와 동시에 힘이 넘치는 확신과 행동으로 바라던 결말로 향하는 반가운 이야기를 스포일링 없이 재밌게 전달하기가 어렵다. 문해력/필력 부족이 안타깝다. 청소년 대상이고 소설이라 논픽션의 잔혹함은 없지만, 인간관계의 진상은 충분히 충격적이다.


 

주제의 진지함과 중요성을 희화하지 않으면서도 영민한 위트로 배치된 스토리는 추리소설 작품을 읽듯 흥미진진함과 몰입감과 추론의 재미도 준다. 주인공이 담대하고 활기에 차서 기쁘면서도 끼어드는 현실에 헛헛했다.

 

정의와 공평은 우리가 아닌 다른 이들을 위한 것이고, 정해진 사람에게만 씌워지는 우산이다.”

 

촘촘하게 의미 설정된 재밌는 이 작품처럼, 어린이 청소년들은 기성세대와는 달리 축제를 벌이듯 즐겁게 힘차게 세상을 바꿔나가면 좋겠다. 쉬운 건 없겠지만 덜 지치고 끝까지 갈 수 있는 결의를 잃지 않으면서. 꼭 그럴 수 있기를 미안함을 더해 간절히 응원한다.

 

! 알파벳 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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