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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널로그 - 생존과 쾌락을 관장하는 놀라운 구멍, 항문 탐사기
이자벨 시몽 지음, 윤미연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12월
평점 :
놀라운 책이다. 항문백과사전이란 평은 옳다. 놀랄 내용이 너무 많아서 정신없이 읽었다. 항문에 대해 아는 것이 정말 없었던 나에게도 놀랐다. 항문에 관한 사연과 기록이 이렇게 많은 것이 믿기지 않는다. 이 다사다난한 내용들은 왜 한 번도 역사에서 배우지 못했을까...
각자가 받을 충격 포인트들은 다를 것이지만 - 나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충격 속에서 읽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 소재 하나를 파고드는 역사서를 좋아하는 독자에게도, 새해에 정신이 번쩍!할 충격 요법이 필요한 이들에게도, 무엇을 기대하건 그 이상의 책이다.
살아오면서 감정적 반응이 부족하다고 느낀 적이 많았다. 나이가 들어 화가 불쑥 거리거나 눈물이 많아지거나 하는 것이 불편하지만 한편 안심이 되기도 할 정도이다. 뜬금없는 고백은 항문에 대한 동서고금의 여러 감정적 반응을 나는 별로 느끼지 않고 살았다는 것이다.
머리, 어깨, 무릎, 발... 등등 인체의 모든 일부는 기능에 따른 분류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항문은 무척 중요한 기관이고, 굳이 남에게 보일 필요는 없지만 부끄러울 이유도 없고, 간단한 관리로 더러울 필요도 없다. 즉 별 관심이 없었다.
인체에서 가장 세균이 많은 기관은 외부와 직접 접촉이 가장 많은 손이고, 팬데믹에(그 이전에도 교육은 있었지만) 인류는 손 씻기의 중요함을 재학습한다. 항문에 대해 바라는 바는 질환이 발생하지 말고 노화로 인한 근육 약화로 배설관리가 어려워지지 않는 정도였다.
도대체 뭘 그렇게 배설기관 - 항문 - 에 집어넣는지 대충격! 의사들은 얼마나 자주 놀랐을까! [끝을 알 수 없는 구멍 안에서 찾아낸, 놀랍도록 다양하고 무궁무진한 물건들] 소제목 목록이 5번이나 이어지는데 맙소사! 다들 살아있는 건지... 물론 겁주는 내용만 있는 건 아니다.
! 백과사전을 어찌 다 소개합니까.. 읽으셔야 압니다! (일부 소개)
! 배아의 세포분열 초기 단계에 생성되는 ‘원구’라는 구멍 - 태아의 항문 - 을 중심으로 성장
! 영국의 공식 국가(國歌)인 <갓 세이브 더 킹>은 프랑스 태양왕 루이 14세가 공개적으로 치루 수술을 받을 때 왕을 응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노래
! 항문이 소재로 다뤄진 방대한 문헌들
! ‘방귀꾼(petomane)’ : 방귀 소리로 연주. 19세기의 방귀꾼 조제프 퓌졸은 방귀로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14번 <월광> 등을 연주.
! 화가 달리의 작품 모티프
! 미국 시인 앨런 긴즈버그 ‘괄약근’이라는 제목의 시를 창작
! 예술가들의 꾸준한 항문 찬양
! 항문의 영광을 기리는 시와 노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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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도록 열정적인 글이다. 찬양은 이렇게 하는 것이라 배운다. 항문에 대한 방대한 이야기만큼 저자의 어조와 감탄이 재밌다. 결국(?) 저자는 인간 이해를 위해 인간의 공통점 ‘항문’에 집중하고 기억하라고 열변을 내뿜지만, 미친 듯 웃고 정신을 차려 생각해보면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진 것’이 항문만은 아니다. 덕분에 웃다 지쳐서 정신없던 목요일의 피로를 잊었다.
“사라지는 것을 좋아하고, 한바탕 크게 웃는 것을 좋아하며, 모호한 것을 좋아하지만, 원칙은 결코 좋아하지 않는다. 항문에게는 고유한 유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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