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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미래를 묻다 - 당대 최고 과학자 8인과 나누는 논쟁적 대화
데이비드 A. 싱클레어 외 지음, 오노 가즈모토 엮음, 김나은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12월
평점 :
미래에 대한 예측을 묻는 대상에 과학자들이 많다, 아니 더 많아진다. 해답을 가진 이들 혹은 아직 낙관하고 연구를 멈추지 않는(다고 믿는) 집단이기 때문일까. 한편으로는 전혀 과학적이지 않은 사유와 현실이 득세하는 지라 그 모순을 지켜보는 일이 흥미롭고도 난감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세기 말의 종말론과 같은 이야기가 더 이상 진지한 공감을 얻기 어려워진 만큼 과학적 사고가 일반화되었다는 생각에는 동의한다. 이 책은 전공과 무관하게 과학자 8명의 인터뷰 내용을 통해 과학 일반에 대한 의견을 들어볼 수 있는 어렵지 않은 기록이다.
워낙 세분화되어 있으니 ‘과학 전공’이라는 것이 현재 과학 기술에 대한 이해 전반에 이점이나 편의를 주지도 못한다. 유전자 편집 같은 기술 파트도 있고, ‘진화’라는 거시적 내용도 있다. 20세기에 태어나 21세기를 사는 세대로 접했던 모든 지식의 요약 같은 느낌도 있었다.
“원하는 만큼 키를 자라게 하려면 어떻게 유전자 편집*을 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어요. (...) 지능과 관련된 유전자는 많지만 특정 유전자를 찾아내는 일은 매우 어렵습니다.”
* 맞춤 아기designer baby 문제
과학자에게 기술의 부작용과 정책화의 문제점에 대해 묻는 것이 적절할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20세기에도 관련 논쟁은 늘 분분했고, 현재도 여전히 자신과 연구에 대해 당사자가 정의하는 방식에 따라 답변을 늘 달라진다.
“수명이 긴 동물과 비슷한 장수 요소를 인간에게 부여하고 (...) 만약 우리가 이 조건을 유지할 수 있다면 200세까지도 살 수 있습니다.”
근래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음식(요리)과 진화’에 관한 내용(5장)을 재밌게 읽었다. 하나의 종이 80억에 이른 지배종이 되었다는 점에서는 성공적인 진화라고 볼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점들은... 상세 나열하지 않아도 지금 우리가 직면한 모든 것들임에 분명하다.
“진화 과정에서 도태되지 않는 한 온갖 종류의 다양성은 계속 존재할 겁니다. 하지만 (...) 생명체는 피할 수 없는 물리학의 경계 조건을 반드시 지켜야만 생존할 수 있습니다.”
뇌에 집중 투자하는 진화... 내가 궁금한 것은 ‘어떻게’가 아니라 ‘왜’이지만, 존재와 진화만이 아니라 우주의 모든 것이 ‘우연’이라는 단 하나의 법칙(?!)을 따르고 있으니, 궁금증 자체가 의미가 없다. ‘존재하는 지금’을 잠시 즐기며 살다 가는 것이 한번 뿐인 삶의 전부...
전문용어도 과학수식도 없이 읽어볼 수 있는 과학자들에게 듣는 과학과 미래 이야기다. 확언도 과격한 주장도 하지 않는 과학자들답게 미래가 크게 변화할 것이라고 충격적으로 전망하는 내용은 없다. 어쩌면 변화란 지나고 나니 불가역적이었다고 그 갈림길을 알아보는 것일지도.
과학 전공자라서이기도 하지만 과학 이야기는 재미있다. 여러 분야를 다 찾아 읽기가 힘드니까 모아준 책이 반갑다. 한 두 단계라도 더 깊은 내용의 인터뷰였다면 어땠을까 싶다. 읽고 나니 좀 더 오래 듣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