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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인터-리뷰 - SIRO ; 시로 읽는 마음, 그 기록과 응답
조대한.최가은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12월
평점 :
10편의 시, 5명의 시인... 제목에 홀려서 생각해본다. 어쩌면 이 책은 사적인 글들을 가장 공적인 방식으로 나누는 작업이었을 거라고. 시, 인터뷰, 리뷰... 어느 하나 내 문해력으로 쉬운 글들은 아니지만, 읽기 모임의 결과물이니 입말처럼 조금은 더 쉽게 전해질까 기대한다.
기록의 결과물은 대체로 멋지고 응답이 있다는 건 소통와 희망이다. 문제는 내가 시를 ‘읽을 수 있는가’인데, 이 책을 한 장씩 넘기면서 시를 ‘읽는’ 건 또 맞는 표현인지 싶다. 신기한 것도 새로운 것도 없는 나이라 어느 날의 어떤 혼란이 나쁘지만은 않다.
모조리 오독일 가능성이 어느 장르보다 큰 문학이지만, 끌렸다, 즐거웠다, 기뻤다, 울림이 있었다... 이런 것으로도 괜찮지 않나 합리화해본다. 그건 이 책의 분위기가 무척 즐거운 모임 같아서이기도 하다. 인터뷰보다 대화 같고 리뷰보다 감상 같은 부드러움...
‘시’를 태어나게 한 시인들, 그 언어를 받아들이는 시를 좋아하는 이들. 뭐 다 내 변명일 수 있지만, 누가 어느 한 시를 쿡 집어 설명... 얘기해 달라고 하면 아무 말도 못할 듯하지만. 빠르고 짧아지는 호흡처럼 그런 문장들로만 얘기하고 쓰다보면 시의 속도는 휴식과 같다.
머물지 않으면 만나지 못하는 느린 언어, 오래 읽지 않으면 볼 수 없는 세계.
“사랑과 평화를 위한 노력의 총량과는 상관없이 전쟁은 일어나고 혐오는 계속된다. 그러니까 이곳은 놀라울 정도의 선의와 두려울 만큼의 악의가, 아무런 관련 없이 한곳에 펼쳐져 있는 차갑고 매끈한 우연의 세계인 셈이다.”
매일 누군가는 죽는다. 늘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래도 사고가 비극이 덤덤하게 순식간에 밀려나는 건 두려운 일이다. 매끈하고 차가운 건 자주 섬뜩하다. 이렇게 생각하지만 저녁이면 밤이면 나도 모르게 힘든 건 다 잊혔으면 좋겠다. 그렇게 무죄이고 싶다.
12월의 마지막 주는 길었다. 하루하루 숨을 후우 내쉬며 지나왔다. 한 해의 마지막... 살아 내었다, 살아남은 우리 모두는. 선명하지 않아도 좋은 시와 함께 하는 편안한 시간을 누리시기 바란다.
“현재를 살아내고 있다는 우리의 힘겨운 감각이 막다른 저수지 앞에서 ‘중간’의 자각이 될 수 있기를, ‘중간’에의 자각이 여기까지 살아왔다는 감격으로 전환될 수 있기를 (...) 바라는 날들이다.”
(...)
인간의 안에는 언제나 신기한 면이 있어
놀라울 만큼의 선의
우연한 악의의 감정
우리는 일찍이 학습했네
테러를 추모하는 공원에도 조롱꾼은 있고
손에 쥔 만화경을 돌리며
천국은 작고 어둡다
그런 말을 떠올렸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