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뤼포 - 시네필의 영원한 초상 현대 예술의 거장
앙투안 드 베크.세르주 투비아나 지음, 한상준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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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가 말했다고 널리 알려진 영화를 사랑하는 세 가지 방법*** 실천하려한 오랜 친구가 있다. 1. 같은 영화를 두 번 보는 것은 물론, 2. 영화평을 매번 쓰고 3. 영화를 만들기 위해 대학 진학을 하고,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수상하고... 입봉은 못했다. 22년 전 시력을 잃었다.

 

* “영화와 사랑에 빠지는 세 단계가 있다. 첫 번째는 같은 영화를 두 번 보는 것이고 두 번째는 영화에 대한 글을 쓰는 것이며 마지막 세 번째는 직접 영화를 만드는 것이다.”

 

** 정성일 평론가에 따르면 트뤼포가 시네필의 세 가지 단계를 공식적으로 책에 밝힌 것은 1975년 그가 쓴 글을 모은 <내 인생의 영화들Les films de ma vie>에서였다. <필사의 탐독(바다출판사, 2010)> 영어 원문과는 좀 다른 내용이니, 전해지는 3단계는, 트뤼포가 직접 말한 것이 아니라 정성일 평론가의 해석이 섞이면서 각색된 말이라고 한다.

 

십 대에는 친구의 이야기와 글로 나는 아직 본 적 없는 영화이야기를 늘 들었고, 대학시절엔 당연히 영화동아리 활동을 하며 한층 더 영화 덕후가 되어, 더 구체적으로 영화인이 되고자 한 친구의 영향으로, 헐리웃 문화 폭격의 시대에 꽤 많은 다른 세계(?) 영화들을 보았다.

 

누벨바그 감독들, 고다르, 트뤼포, 로메르 그리고 히치콕... 작가주의 감독들의 흑백영화를 친구네 집에 모여 비디오테이프들로 보기도 했다. 어쩌면 박찬욱 감독의 모든 영화가 재밌고 즐겁고 기다려지는 내 취향은 모두 그 시절 그 친구의 영향일 것이다. 조류 공포증도 어쩌면...

 

오직 하나만 원했는데 그것이 어려워진 친구에게 위로할 말을 못 찾아서 연락은 드물어졌고, 지금은 드물게 안부만 전해 듣는다. 팬데믹에 가입한 넷플릭스에서 <미지와의 조우>를 찾았을 때는 코로나 우울증에 추억과 여러 복잡한 감정이 더해져 조금 울었다.



 

1977년 프랑수아 트뤼포의 처음이자 마지막 헐리웃 영화 출연작, 스필버그 감독의 첫 연출작, 결국 입봉을 못했더라도 시력만 잃지 않았다면 우리들은 또 그의 집에 모여, 벽면을 가득 채우는 스크린으로 고다르의 <네 멋대로 해라>와 트뤼포의 <400번의 구타>를 볼 수도 있었을 것이다. ‘요즘사람들이 못 알아듣는 얘기를 즐겁게 하면서...



 

하루에 세 편의 영화, 일주일에 세 권의 책, 위대한 음악을 담은 레코드판만 있다면 나를 행복하게 만들기에 충분할 것이다.”

 

2016년 개봉된 <히치콕 트뤼포Hitchcock Truffaut> 다큐멘터리 영화는 시네필 팬들을 들뜨고 행복하게 했다. 평점도 평론도 불필요한 기록이자 작품이라는 느낌... 시리즈온, 티빙, 웨이브, 왓차 등에서 여전히 시청가능하다. 이 책을 읽던 중간에 다시 한 번 보았다.



 

자신을 싫어했지만 영화를 사랑하고 인간을 사랑한 작가, 영화 매체를 활용해 작품 속에서 질문하고 토론하고 논쟁하고 자신마저 평론하고 복수도 이룬 문화예술의 창작자, 자신에게 부족했던 것들 스스로 만들어가며 산 트뤼포의 삶을 이 두꺼운 책에서 가깝게 만나보았다.



 

평생 영화만을 사랑한 이를 만나, 오래 전 영화만을 사랑한 친구와 흑백처럼 떠오르는 추억 속을 한참 걸어 보았다. 책의 무게감이 흔들리는 감정을 묶어 두기에, 꽉 잡고 버티기에, 아주 든든했다. 늘 그렇지만 단정하고 우아한 외형과 표지, 필모그래피도 좋았다. Adie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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