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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하나되는 민주주의 사회 교실 - 가르침과 배움이 함께 즐거운 통합사회 공부
김인곤 지음 / 지식과감성# / 2022년 11월
평점 :
‘삶과 하나되는 공부’는 어렵고 숭고한 목표다. 20대 학회에서 ‘이론의 진보성과 일상의 보수성’으로 학자들이 교양있게 비판하고 때론 공격하던 뜨겁고 치밀한 시간을 보냈다. 완벽한 이는 없지만 가짜는 확실했다. 실천철학을 연구하는 이라면 그 괴리가 많은 것을 가늠케 했다.
87년부터 교사로 사셨다는 저자는 내 스승의 연배이고, ‘연기론자, 민주주의자, 생태주의자이고자 노력하는 평생에 걸친 학습자’라는 소개 글이 지난 시절의 추억을 불러와서 반갑다. 고민과 경험을 오랜 시간 사유한 책을 조심스럽게 찬찬히 읽었다.
‘왜’라고 묻지도 의문을 품지도 않으려 하지만, 과학 대신 사회와 역사에 관심을 보이는 우리 집 십 대를 생각하며, 그 교실의 사회 수업 풍경을 상상해본다. 중학생 때 대한민국 사법부에 대해 ppt형식의 리포트를 써가기도 했으니 나 때보단 구체적이고 현실적이겠단 기대도 한다.
학창시절 사회 과목은 암기 파트로 분류되었다. 생각해보면 엄청난 모순이다. 둘 이상의 인간들이 함께 일하고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에 관한 공부를 어떻게 각자 외우는 방식으로 배우는게 가능할까. 이 책의 고등학교 통합사회 수업의 풍경이 낯설고 부러웠다.
담당 교사가 없는 시간을 쪼개어 고민하고 뼈를 갈아 넣어 만든 수업인 듯해 안타깝기도 했지만, 그런 수업을 경험한 학생들이 그 시간 동안 만들어낸 정체성이 무척 궁금하고 기대되었다. 사례들이 생생한 이유는 수업이 그랬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잠시 수험과 멀어져서 제목처럼 삶과 묶어보는 체험 수업, 협업하는 역할을 경험해본다. 분명 그런 기억은 도움이 될 것이다. 협업을 통해 과제를 완수한 이들은 다른 문제 앞에서도 다시 경쟁이나 각자도생보다 협업할 방식을 먼저 찾을 것이다.
혼자서 얼마나 오래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할 수 있다 하더라도 너무나 피곤한 방식이다. 도움을 청하고 받고 주기를 망설이지 않으면, 짐작보다 큰 문제를 함께 해결해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은 세계 시민 정체성과 그런 스케일의 협업이 필요한 시절이다.
이 책을 읽다가 묻지 않았던 우리 집 십대의 중학 시절 사회 선생님들이 뒤늦게 궁금해졌다. 분명 기본에 충실하고 구체적인 과제를 내주시던 분들이 대부분이셨다. 이 책의 사례들처럼, 아이는 프리젠테이션을 준비하고 토론하고 토의하면서 즐거워했다.
그 부작용은 정치 혼란과 격변의 시절과 맞물려서 시작하면 최소 반시간 정도의 열띤 정치사회 비평을 들어줘야하는 가족의 의무로 변모하긴 했지만, 자기만의 시선으로 사회를 관찰하고 확신을 가진 목소리를 내는 청소년이 눈부셨다.
말은 그렇게 잘 하면서 글은 왜 쓰지 않으려는 거니... 라고 묻기엔 그 나이였던 내 행태가 말문을 막고 만다. 그땐 짐작해보지 못한 사회 교육의 목표는, 생각을 키우고 말로 글로 표현할 수 있는 사회구성원을 만드는 것일 것이다.
삶과의 일치는... 어린이 청소년들에게 사례가 되어줄 어른들이 많으면 자연스럽게도 될 일이다. 그렇지 못한 현실에 다시 부끄럽다. 그러면 타석의 역할이라도 하면 된다. 경애하는 분의 언젠가의 글처럼, 어른들이 어떤 꼴인지 젊은이들이 똑똑히 보고 기억하기를.
민주주의자인 교사가 직장과 사적인 삶에서 자신을 오래 담금질한 귀한 사례집이자 수업 현장의 기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