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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의자 ㅣ 고래책빵 고학년 문고 3
심강우 지음, 이혜원 그림 / 고래책빵 / 2022년 12월
평점 :
그림이 참 좋습니다. 그리신 분도 이런 표정으로 웃으시나 봅니다. 이혜원님 그림으로 출간된 책을 여러 권 보았는데, 이야기에 따라 특징적으로 그리셔서인지 이전 작품들과 색감은 비슷하고 인상은 또 달라 보입니다.
112쪽에 여섯 개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소개글처럼 각자의 빛으로 반짝반짝합니다. 어제 동지를 설처럼 보내고 오늘부터 새 날이다 하며 살자고 했지만, 문득 꿈과 희망은 제 목록에서 크게 중요하지 않아졌습니다.
그래서 슬프다거나 한 건 아니고 다른 계획이 필요한 나이가 되었습니다. 83년생이 퇴직 권고를 받는 시절이고 노후는 어찌 될지 문득 될대로 되라 신경을 더 이상 쓰고 싶지 않은 순간도 많지만 그래도 일상이 어그러지지 않게 하는 의무와 책임은 얇아지지 않습니다.
우리 집 십 대들은 자주 묻지 않지만 몇 년째 꿈과 계획과 직업 등을 미결정 상태로 두고 있습니다. 빨리 정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속도에 맞게 살 수밖에 없으니까요. 기후학자들의 보고 자료를 보면 아이들에게 뭘 권해야 할지 할 말이 없어지기도 합니다.
어쨌든 이건 다 기성세대의 푸념이고 아이들은 바삐 자신의 꿈과 희망을 가장 오래 깊이 고민하며 성장하는 중입니다. 이 책의 제목인 표제작을 아주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제가 초등학교 다닐 시절에 앉았던 나무의자라서 저는 촉감도 기억이 납니다.
어떤 시절이건, 아이들은 신기할 정도로 아름답고 지킬 만한 가치들을 배우고 꿈꿉니다. 사랑, 우정, 공감, 배려, 꿈, 희망, 추억 그리고 미래... 전쟁도 멈추지 못하는 것들입니다. 그림의 색감이 투명하게 번지는 빛이 더할 나위 없이 어울립니다.
짐작한 것보다 내용이 깊고 그래서 서글프기도 합니다. 누구의 삶이나 꿈을 가만히 오래 들여다보고, 감정을 느껴보는 일은 다 그렇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물이 인간의 기억을 담을 수 있다면 감정 역시 머물 수 있지 않을까요.
“마음은 연필심 같은 거라고. 어떤 마음을 드러내려면 그것을 둘러싼 불필요한 것들을 깨끗이 깎아내야만 한다고”
사물들끼리 혹은 사물과 동물은 인간만 모르는 방식으로 깊은 관계를 맺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결국엔 모두 태어나서 존재하다 사멸하고(분해되고) 다시 결합하는 존재들이라서 시기와 형태만 다를 뿐 서로 어울릴 수 있지 않을까요.
어릴 적 우리가 그린 수채화도 부드럽고 다채로웠을 겁니다. 어른이 된다는 건 아름다운 일을 할 시간이 점차 줄어들어 마침내 기능인이 되는 것인지, 그렇게 강퍅해진 일상이 가차 없고 여유 없고 불안한 정서만 키우는 것인지 그림을 보며 그런 반성을 합니다.
어린이들의 소원은 다 이뤄졌으면 좋겠습니다. 올 해 성탄절엔 그 소원을 빌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