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은 현실을 어떻게 조작하는가 - 마리아 레사의 진실을 위한 싸움
마리아 레사 지음, 김영선 옮김 / 북하우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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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자, 언론 사회가 대상이 아님에도 읽는 내내 어쩔 수 없이 생각이 끌려갔다. 권력과 유착되거나 대기업에 생존이 묶인 거대한 국영, 공영, 민간 언론과 실종된 저널리즘을 두고 우리는 어떤 혁신을 바라고 미래를 상상할 수 있을까.


 

민주주의는 취약하다. 우리는 모든 법, 모든 보호 장치, 모든 제도와 이야기 등 모든 부분을 위해 싸워야 한다. (...) 이 책은 민주주의가 당연한 것이라고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사람이 민주주의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사람들을 위해 쓴 것이다.”

 

속보, 단독, 복사, 포털 먹이 같은 기사 말고 심층 보도 기사를 만나고 싶으나, 그건 개별 기자를 욕해서 될 일이 아니다. 직업윤리를 인용하며 정치적 괴롭힘을 견디라고 요구하기엔 대형 언론사의 기자들은 그저 직장인이다.

 


나는 뉴스를 보도하는 일이 좋았다. (...) 나는 그곳에서 세상을 배웠다. (...) 좋은 언론은 신뢰와 함께 시작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나는 2012년부터 뉴스타파를 후원하고 구독하고 있다. 어느덧 10년이다. 당시에는 특수한 상황, 시절이라고 생각했지, 갈수록 신뢰할 언론이 사라질 거라는 상상은 못했다. ‘사실을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걸고 싸우는 저널리스트의 이야기에 포기와 무기력을 언급한 시간들이 부끄럽다.


 

권력을 원하는 사람들은 권력을 얻기 위해 온갖 일을 다 할 것이다. (...) 부패 관행에 의지해 성공하려는 사람들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수익을 위해서, 팔기 위해서 기업은 늘 거짓말을 해왔다. 비록 그 형태가 주의경고문을 담은 광고라고 할지라도. 소셜미디어와 관련 사업체들은 이제 거짓말도 판다. 분노와 증오라는 악의적인 자극을 담아서 팔아치우고, 그 결과 사람들이 서로 죽고 죽인다.


 

우리는 거짓말을 식별하기 위해 사실 확인을 거친 다음, 어떤 관계망이 반복해서 그 거짓말을 공유하는지 추적 관찰했다. 데이터를 조직하는 법을 배웠기에 필리핀 전역의 공공 정보를 추적할 수 있었다. 그 다음 모든 정보를 공개했다.”

 

권한으로 할 수 있는 일보다 권력잡는것에만 관심이 있는 이들은 이익 계산을 마치고 단단하게 결속하여, 공동체, 사회, 국가, 지구가 망가지는 것에는 아무런 관심도 걱정도 없다. 누구나 이용 가능한 소셜미디어의 탄생이 품었던 꿈과 희망은 악몽이 되었다.

 

나는 내가 신뢰하는 사람들의 말에 귀가 아주 얇다. 그러나 그건 그들이 오랜 세월 내게 신뢰할만한 정보를 공유했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을 하다가도 수많은 단톡방에 참여하는 이들도 모두 나와 같은 생각을 하며 가짜뉴스들을 믿는 거라 생각하면 깜깜하고 아득하다.


 

돌이켜보면 비극적 사건의 메타 서사는 언제나 유해한 인터넷 서사들을 통해 몇 년 전에 일찌감치 그 씨앗이 뿌려진다는 걸 알 수 있다.”

 

이 책은 미래예언서 같아서 너무나 무섭다. 거의 모든 공적 가치들은 사장되거나 힘을 잃고, 사기업들과 자본가들이 득세하는 세계에서, 겨우 여기까지 온 민주정democracy는 제 모습을 못 알아볼 때까지 너덜너덜해질 것만 같다.


 

여러분이 왜 관심을 가져야 할까요?” 내가 물었다. “우리의 문제는 빠르게 여러분의 문제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무엇이건 그 자체로 나쁜 것보다는 인간이 사용하는 방식이 잘못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소셜미디어 역시 그런 툴tool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사회, 인류문명에서 희망은 인간뿐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행동을 해야 세상이 바뀐다.’ SNS 이용자들은 꼭 이 책을 만나 보시면 좋겠다.

 

이 책은 주장과 설득만 담은 책이 아니다. 연구 데이터와 세부사항들이 자세하고 풍성하다. 지금은 귀해진 사실을 기록하고 알리는 저널리스트의 작업 방식의 전형을 볼 수 있다. 단단한 철학에서 비롯한 글은 유려하고 감동적이다. 아주 최신의 자료까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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