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컨슈머 - 소비하지 않는 소비자들이 온다
J. B. 매키넌 지음, 김하현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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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적인 선언입니다. 저는 늘 꿈이 작아서 디컨슈머*까진 못하고 레스less컨슈머 정도가 가능했습니다. 디컨슈머로 사는 이들의 이야기가 무척 궁금했습니다. 모두 따라할 수는 없어도 아이디어를 얻어 소비를 더 줄여볼 수는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 자신 또는 세상의 소비가 줄어들기를 적극적으로 바라는 사람들. “오늘부터 소비를 그만둡니다.”

 

일단 예쁜 쓰레기들 구매를 중단했는데, 얼마 전에도 도서굿즈로 양장본 노트를 샀습니다. 단지 내 개인의 소비가 아닌, 넘쳐나다못해 쓰레기가 되고 만 수많은 물건들과, 생태계 파괴, 기후대학살의 시절에 낭비란 윤리적으로 불편하고 부끄러운 일이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쇼핑을 멈춰야 하지만 멈추지 못한다. 이 소비의 딜레마는 간단히 말해 지구에서 인류의 삶을 유지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되었다.”

 

이런 글을 쓰면 이미 열심히 애쓰시는 분들만 막 반성하게 되는 안타까운 일도 반복됩니다. 이상적으로는 911이라는 대참사 이후 대통령이 언론인터뷰에서 걱정 말고 쇼핑하러 가라Don't worry, go shopping”이라고 한 미국인들의 생활방식부터 변하면 좋겠습니다.

 

80억이 넘었다는 현 인류가 미국인처럼 산다면 지구 다섯 개가 필요합니다. 한국인들도 낭비에 관한 한 그리 뒤처지는 건 아닙니다. 며칠 전 통계에는 현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진행될 경우 확실한 기후악당으로 미래에 자리매김할 듯도 합니다.

 

전 세계인의 한 해 구매 의류가 5000만 톤 - 이 크기의 소행성이 지구로 떨어지면 대도시가 산산 조각날 무게 - 이라는데, 폐기되는 옷까지 합하면 얼마나 될까요. 생산과정에서 온갖 공해를 유발하고 가격경쟁력을 위해 파기하고 생산 후 바로 폐기되는 의류라는 오염물...



 

읽을수록 한가하게 낭비를 줄이자고 말할 형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자의 문제의식이 디컨슈머인 것이 납득됩니다. 당장 소비를 멈춰야 가시적인 변화를 너무 늦지 않게 보고 기대라도 할 수 있다는.



 

문제는 소비가 줄거나/중단되어도 현 인류가 운용하는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지속적으로 살 수 있는가, 하는 것이겠지요. 당장의 수익감소보다 언젠가의 대멸종을 선택하는 이들은 많을 것입니다. 그러니 문제는 경제/투자 시스템의 내용을 바꾸는 것입니다.

 

소비자원의 영을 줄이면서 일자리와 소득을 만드는 일이 왜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나요? 가능합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직접 시뮬레이션으로 소비 감소와 결과적 영향을 도출하여, 경제/생태계 재난 없이도 소비와 성장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변화는 불편합니다. 저항은 늘 있겠지요. 그러나 디컨슈머의 정확한 개념이 소비제로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소비로 바꾸자는 것이므로 저는 이 흐름을 응원합니다. 비영리적 삶을 사는 일은 가능합니다. 사지 않을 권리와 자유도 중요합니다.



 

소비를 멈춘 세상은 정말로 더 차분한 세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오늘날 빠른 속도의 삶이 필수처럼 느껴지듯이, 느린 속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간소한 삶이 자기 목소리를 더욱 명확하게 듣는 것이라면, 실제로 풍성한 고요함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루어스의 말마따나, “일단 스스로에 대해 알게 되면 자신이 원하는 것은 그저 연못에서 개구리 소리를 듣는 것임을 깨닫게 될 수도 있다”.”

 

지나친 소비는 병리 증상이라고 믿습니다. 소비자를 부추긴 주체가 사회/산업이라면 그것들 역시 병들었겠지요. 기성세대에겐 기대하지 않지만, 이 흐름이 현명한 어린이, 청소년, 젊은이들이 선택가능한 멈출 수 없는 역사의 새 물줄기가 되기를 바라고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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