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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 작가 초롱
이미상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11월
평점 :
출간된 책들을 다 읽고 살고 싶지만, 책만 읽고 살아도 그건 불가능할 것이다. 이렇게 쓰는 와중에 또 서글프다. 책을 고르는 기준은 그래서 뭘까. 결국엔 아주 짧은 인연이 작동한다고 믿는다. 이 책은 전혀 끌리지 않던 책인데, 지인들의 한 마디씩 보태는 평이 대단했다.
문제적이라는 작품은 일단 흥미롭다. 불가사의하다란 평은 이해를 못하겠지만 궁금하다. 혼을 쏙 빼놓는다는 말은... 살짝 두려워진다. 뭔가 익숙한 평가의 단어들이 아니다. 형식이든 내용이든 아주 새로운 작품일 거란 기대가 컸다.
무거운 소재다. 일단 화가 많이 나기 때문에 차분하게 사정을 살피기가 어려워진다. 표현은 아주 신랄해서 저자는 괜찮은 것 같은데 독자인 내가 움찔 놀라며 읽었다. 긴장과 공포가 커져서 몸이 굳어가다가 갑자기 미친 듯 웃게 되는 내용이 매복 중이다.
도중에 시간의 흐름을 놓쳐서 다시 확인하느라 앞으로 돌아오기도 했다. 절반을 더 넘게 읽고 잠시 표지와 제목에 대해 생각해본다. 으음... 이렇게 깔끔하게 무해한 척 하는 제목이라니! 속지 마시라, 혹은 속았다고 깨달아도 계속 읽으시라.
한껏 실망한 끝에 그래도 살아야 되니까 사람에 대해서도 사회에 대해서도 곱게 보려고 결심했는데, 아니 사실은 내가 쉬고 싶어서 그랬는데, 이 작품은 어지간히 노골적으로 비웃고 풍자를 날리기 때문에 모두 허사가 되었다.
“등단을 기점으로 이제부터 너는 작가, 이 글부터 진짜 글, 하는 거 이상하지 않아요? 저는 그때도 작가였고 지금도 작가예요. 모든 글이 같은 글일 따름이고요.”
공감한다. 출간된 책들 중에 나중에 여러 상을 수상하는 건 몰라도 이 등단 시스템은 무엇이며, 작품 뒤에 버젓이 붙은 평론과 해설은 무엇인가. 사기 싫은데 붙어 있으니 돈을 추가로 주고 구매해야 하는 게 늘 싫다. 정답지야? 읽지 않는다. 내가 읽고 경험하면 그뿐!
출판사에서 작가와 작품들을 두고 벌어지는 실수인지 고의인지 나태인지 외면인지 여러 이유로 여러 문제가 생긴다. 출판사 종류를 막론하고 사과문은 개떡같다. 익명의 당선자들이 현실에선 가능할까... 언제가 되든...
“문학에 초롱이 못 들어오게 막아야 하는데 초롱들은 하나같이 완강히 익명을 고집했다. 심지어 상을 직접 받아야 하면 수상을 포기했다. 그 초롱이 그 초롱인지, 여기서부터 여기까지는 그 초롱이고 여기서부터 저기까지는 다른 초롱인지 알 수 없었다.”
연작인지 아닌지 헷갈리지만 뭐 다 좋다. 간만에 날카롭게 벼리고 정확히 겨눈 무기를 들고 힘차게 꽂는 작품과 작가가 등장했다. 덩달아 좀 젊어진 듯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