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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디스 버틀러의 『젠더 허물기』 읽기 ㅣ 세창명저산책 96
조현준 지음 /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 2022년 11월
평점 :
‘젠더’에 대해 배우고 상기하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개인의 내부에도 외부에도 존재하는 젠더는 나의 정체성을 구성합니다. 그 정체성을 파악하는 방식과 내용에 따라 내 욕망이 다르게 인식됩니다.
따라서 욕망은 결정된 게 아닙니다. 우리는 언제부터 왜 ‘인간의 섹슈얼리티를 규범으로 완벽하게 파악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믿었을까요.
“문화 번역은 차이에서 오는 도전을 배제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인식성의 척도와 잣대를 문제 삼는 이런 차이를 대면할 것인가의 문제를 직시한다. 그것은 나와 다르다는 것, 그 차이가 내 존재에 위기와 문제를 가져온다고 하더라도 그 차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 윤리적 방식에 대한 고민이기도 하다.”
! 문화 번역
- 언어 변환 속에 일어나는 타자와의 대화적 관계의 가능성
- 상관적 지식으로서 유동 공간과 교차하는 다양한 경계 간의 교류
- 보편성에 내재한 특수성에 주목
- 구성적 외부가 될 잠재성
- 수행적 모순으로 작용
안티고네의 해석과 관련된 모든 문장에 놀랐습니다. 상당히 고집스러워서 단순해보이기도 한 인물들이 등장하는 그리스 드라마라고 생각한 낮은 문해력 탓입니다.
죽음에 이르기까지 고집스럽게 주장한 것이 ‘저지르지 않은 무의식의 죄를 고백하고 처벌받겠다는 욕망의 몸짓’이라니... 한편 수긍이 가고 그래서 비극은 더 깊어지는 기분입니다.
내가 누구인지/무엇인지는 알겠다 싶기도 했는데, 몇 달 전부터 ‘인간이라 무엇인가’를 자주 생각합니다. 과학이 제공한 답은 편안하지만, 인간으로 ‘사는 일’에서 불거진 의문들을 이해하기엔 부족합니다. 마지막 장에서 제기하는 문제의식이 ‘인간’이라는 범주라서, 반갑기도 두렵기도 했습니다.
“한 개인에게 ‘인간됨’을 부여한 바로 그 동일한 관점이 때로는 다른 인간에게서 똑같은 지위를 박탈하기도 한다. 인간과 덜된 인간less-than-human의 차이를 만들어 내는 것은 사회의 인정이다. 그리고 그런 인정은 인간을 인간으로 규정하는 사회적 규범과 규약에서 온다.”
“살 수 있는 삶과 살 수 없는 삶도 인정의 체계에서 온다.”
내 정체성을 구성하는 젠더는 나를 박탈할 수도 있으니, 나를 허물 수 있습니다. 이 특정 젠더는 완전한 나의 소유가 아닌 사회성 속에 구성되어 있습니다. 젠더를 왜 ‘허물기’하자는 것인지, 그 목적은 ‘나를 이해할 가능성’으로 살펴보려는 것으로 이해합니다(섹슈얼리티도 마찬가지. 180쪽)
우리가 ‘우리에게 의존하고 우리로 허물어지는 현실의 상호성’, 버틀러는 인간의 체온과 같은 온기 있는 결론에 이릅니다. 인간의 삶이란 ‘몸’의 유한성에 따르고 ‘몸’의 한계성에 구속됩니다. 본원적인 슬픔은 우리를 ‘관계적 감성 속에 서로 기대고 의존하며 뜨겁게 사는’ 방식을 사유하게 합니다.
“버틀러는 최근 들어 모든 인간의 평등을 위한 토대로서 애도 가능성과 상호의존성에 한층 더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