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론테 자매 평전 - 아홉 개의 사물을 통해 본 브론테 자매의 삶과 문학
데버러 러츠 지음, 박여영 옮김 / 뮤진트리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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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작가가 아닌 자매()의 평전. 여러 작품을 읽었는데 와일드펠 홀의 소작인(The Tenant of Wildfell Hall)은 읽지 않았다. 책을 구하기 어렵고 드라마를 다 보기엔 시간이 부담스러워서 엉뚱하게 BBC 방송을 시청했다. 몇 개의 오디오북은 영국인 녹음이 아니라 몹시 어색해서 포기...

 

https://www.youtube.com/watch?v=f7U22YYTi4o

 

<In Our Time: S24/03 The Tenant of Wildfell Hall (Sept 30 2021)>


 

작가들의 평전이니 당연히 그들의 작품들이 자주 언급된다. 특이한 점은 부제에 드러나듯 아홉개의 사물을 통해 살펴본다는 점이다. 그 점이 흥미로웠다. 이론으로 가득한 평전을 즐겨 읽지 않는 아니 못하는 편이라서.

 

짐작한 사물들도 있고 시대적 상황을 알려 주는 신기한 것들도 있다. ‘사물은 크고 작은 물건들에 한정되지 않고, 거리와 마을과 동물들과 행위로까지 확장된다. 오독일 수 있으나 내게는 사물 자체보다는 사물로 인한 행위들과 시간들과 풍경들이 저자들을 더 잘 설명하는 대상으로 읽혔다.

 

작품들을 읽었다고 했지만, 사물들의 상징과 의미와 역사를 몰라서 미처 다 상상하지 못한 묘사들이 참 많았겠다는 생각을 한다. 의도하지 않는 것은 하나도 배치하지 않는 것이 소설의 세계라면 작품 이해에 사물의 이해도 무척 중요할 것이다.

 

세세하게 작품의 디테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흐름을 따라 정신을 놓치고 읽는 버릇이라서, 사물을 다룬 평전을 읽고 사물을 통한 작품 이해 방식에 대해 처음 고민해본다. 현실적으로는 사망연령이 상대적으로 젊었던 빅토리아 시대에 망자들을 기억하기 위하 고안한 여러 사물들에 애틋함을 느낀다.

 

아버지만 남기고, 4남매가 연이어 사망한 브론테 일가... 빅토리아 시대 사람들은 망자의 머리카락을 주고받는다. 작품 속에서 그런 장면들이 자주 나왔다. 당시에는 의문을 가지지 않았는데, 육체의 일부라는 점에서 무척 감정적인 사물이란 기분이다.

 

인간이 유일하게 경험하는 현실은 일상뿐이다. 사물은 하찮은 물건만이 아닐 것이다. 모든 평범한 것들이 전부이고, 통속은 어쩌면 진실과 한통속일 지도 모르겠다. 인간의 뇌는 선입견, 상투, 편견, 오해, 오독, 환상, 거짓, 유치찬란한 모든 것을 선호한다고 하니까.

 

호흡이 곤란한 감기 증상과 어지럼증을 유발하는 약물로 제 정신이 아닌 상태라서 숫자와 형태를 가진 사물을 따라다니며 읽는 시간이 편안했다. 작가나 작품이나 해당 시대에 관심있는 독자들에게 무척 반갑고 귀한 자료이자 평전이다. 감사히 읽었다.



혼자 책을 읽는 행위 역시 풍부한 쾌락을 불러온다. 말없이 책을 응시하며 한 사람의 내면을 따라잡는 것은 아이들에게 매우 중요한 훈련 과정이었다. (...) 집안에서도 특히 창가는 남의 눈에 띄지 않으면서 책에 빨려 들고, 그러다가도 문득 눈을 들어 황야를 바라볼 수 있는 자리였다.”


브론테 자매의 글쓰기는 책에 관한 것이었다. 그들은 책을 만들고, 읽고, 책에 직접 글을 쓰고, 책에 의지해 글을 쓰고, 책에 관한 글을 썼다.


휴대용 책상을 갖고 있다는 건, 그 주인이 여행을 하지 않는 사람이라 해도(마치 오늘날의 랩톱 컴퓨터처럼) 집 안 여기저기에서 글을 쓸 수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어느 방이 더 조용한가, 따뜻한가, 혹은 빛이 잘 드는가에 따라 옮겨 다닐 수 있었다.”




그들은 이것을 만지고, 저것을 입고, 유령들을 연상시키는 집에서 글을 썼다.” 실비아 플라스Sylvia Plath

 

가자, 지금 우리에게 불어오는 바람은 다시 불지 않으리니.”

 

말해다오, 관찰자여, 지금이 겨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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