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흡연 여성 잔혹사
서명숙 지음 / 이야기장수 / 2022년 11월
평점 :
흡연에 대한 판타지가 있었다.
어딘가에서 기억된 이미지에서 비롯된 고정된 형태이다.
가늘고 긴 손가락에 하얀 담배를 가볍게 잡고
한숨처럼 긴 호흡을 천천히 뱉는 일...
판타지를 실행하기엔 기관지가 너무 허약했다.
담배 없이도 온갖 질환을 겪으며
겨우 숨 쉬고 산다.
학창시절엔 어딘가에서 쓰레기를 소각하면 가장 먼저 알아서
친구들이 지표생물이라는 별명을 지어주었다.
새벽에 누벨바그 영화감독 트뤼포에 관한 책을 조금 읽다가
사진 자료들을 보니 담배와 담배 연기가 뽀얗게 가득...
출처를 알 수 없는 내 판타지 이미지와
흑백사진 속 무해하게 보이는 담배와 달리
‘잔혹사’란 제목을 가진 이 책에는 잔혹한 서사가 있을 것이다.
굿즈를 구입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한 지 꽤 되었는데
참지 못하고 설레며 구입했다.
결심이 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림 : <The Wind in the Willows> Chris Dun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