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 - 가성비의 시대가 불러온 콘텐츠 트렌드의 거대한 변화
이나다 도요시 지음, 황미숙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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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영화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보다는 서비스되는 콘텐츠를 사람들이 어떻게 감상 혹은 소비하는지를 분석하는 비평서다. 뭔가... 이상할 정도로 엄청나게 재밌다. 사회비평서를 이렇게 쓸 수도 있구나... 놀람!

 


문자와 영상은 콘텐츠의 감상 방식도 기대하는 바도 다른데, 원하는 게 스토리를 아는 것이라면 왜 굳이 영상을... 하는 이해 못할 기분도 들었다. 저자는 이 현상에는 변화된 라이프스타일과 사회 전반의 트렌드 변화라는 더 큰 그림이 있고, 내면에는 오래되고 복잡한 성장과 사회와 구조가 있다고 한다.

 


거의 감상이 불가능한 장르는 사극분야인데, 오래 전이긴 하지만 저어어어어언하아아아아~” 하는 동안 이미 모든 흥미가 사라졌다. 숨이 막히게 답답... 어쩌면 MZ세대가 1배속 플레이 속도에 느끼는 것도 예전의 나와 같은 답답함일까.

 

추리, 미스터리, 범죄 장르 소설들도 좋아하는데, 재밌는 작품을 만나면 스포를 하지 않으면서 스포를 하는 기술이 모자라서 늘 이상한 글만 쓰고 만다. 통독을 하는 시간이 아깝고, 했다면 최대의 효과를 뽑아내길 원하는 독자에게 최악의 글인 셈이다.

 

그러니까, 신곡 30초 미리 듣기, 신간 몇 쪽 미리 읽기, 영화 예고편과 드라마 메이킹, 트레일러 영상들이 모두 스포일러를 환영하고 스포를 경험한 후에 구매하는 감상자 혹은 소비자들의 트렌드와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것이다.


 

일견 합리적이라고 느낀다. 반 백 년쯤 살고 나니 취향이 확고해서 실패의 확률도 낮아졌지만, 젊을수록 여러 의미로 감당하기 힘든 실패의 경험이 쌓이는 건 부담스럽고 심지어 실패의 경험처럼 느껴질 수도 있으리라 이해된다.

 

나 역시 서프라이즈(돌발)을 아주 싫어한다. 이유는 좀 다르다. 나는 대면으로 관리강박control freak이란 평을 친구에게 듣기도 했다. 계획 없이 움직이질 못하고 정리가 안 된 공간에서 일을 못 하는 건 물론 불안장애가 공황으로 치닫지 않도록 서프라이즈는 사양이다컨디션이 안 좋은 날의 나는 서프라이즈를 무례라고까지 느낀다.

 

MZ 세대의 서프라이즈 혐오는 빨리 감기처럼 낭비와 시행착오를 줄이려는 욕망이다. 낭비할 여유가 없는 것이다. 이때 여유란 돈, 시간, 소요하는 사유 등등 여러 가지일 수 있다. 효용성과 합리성과 성과주의 속에서 성장했으니 그럴 수밖에... 남 일 같지 않아 더 짠하다.


 

 결과적 실패는 어쩔 수 없고, 그 경험에서 최대한 배우려고 하지만... 누가 격려하는 의미로 일을 시작하기 전의 나에게 실패해도 괜찮아라고 하면 무척 화가 날 것이다(내면에서 조용히...)

 

실패가 상처라는 것도 공감한다. 쓰다 보니 믿을 이유가 없어 MBTI 안 믿는다는 내게 왜 너는 ESTJ일 수밖에 없는지특징을 다 모아준 친구의 열성이 떠오른다. 최선이란 무슨 농담인가요... 했던 나...


 

이 책의 분석과 비평에 따르면 나도 다른 많은 이들도 살아남기 위해 빨리 감기의 전략이 필요했다. 결정과 책임을 고스란히 안은 채로.... 흥분될 정도로 재밌게 읽었는데 이 두서없는 글을 쓰다 보니 훌쩍 서글퍼진다. 이런 우리... Get fa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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