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이별 방정식
허옥희 지음 / 지식과감성#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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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 좋게 만난 <선량한 차별주의자>란 책 덕분에 차별주의자로서의 자신을 마주하고 몇 개의 차별주의적인 생각과 표현을 고쳐볼 수 있었다. 극히 일부라서 나는 여전히 내가 차별주의자로 살아간다는 확신이 있다.

 

물론 악의적이고 폭력적인 행동으로 이어지는 확신이 아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균열을 내어 부숴야할 확신이다. 대상만 다를 뿐 우리는 누구나 낯설고 두렵고 불편하고 가장 중요하게는 몰라서누군가를 차별하기도 한다.

 

내게는 탈북민/세터민 들이 그런 이들이다. ‘실향민과는 달리 이들을 살면서 만나거나 뭘 함께 하거나 이야기를 들어보거나 한 적이 없다. 전혀 모르니 이해도 불가능하고, 그저 세계인권선언에 비추어서, 거주와 이전과 국적의 자유를 목숨 걸고 바꿔야 하는 상황이 안타까울 뿐이다. 무척 추상적이고 한계가 명확한 판단이다.

 

모르는 것이 최초이자 중요한 이유라면 알아야 하는데, 가장 쉬운 방식은 책이다. 거리감도 좋고 말이 아닌 글은 감정을 들볶지도 않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삶의 경계가 아주 조금이라도 늘어나길 바라며 읽었다.


 

다른 세상에서 다른 가치관으로 살았으니 알게 모르게 타성에 젖어 있었다. 그 경계를 넘나드는 사람이 탈북민이고 나 자신이다. 오늘을 위해 걸어온 어제를 돌아본다. 어제의 희생과 용기로 내일을 바라보며 행복을 갈구한다.”

 

얼마 못 읽고 다소 충격을 받았다. 언어가 같고 같은 역사를 공유하는데 얼마나 다를 것인가... 생각했는데, 절구질 소리...부터 놀랐다. 식량 부족 상황이 무척 심각한 듯해서 안타깝다. 기아 인구가 엄존한다는 걸 잊지 말고 최소한 음식 투정은 하지 말아야지 싶다.

 

“40이 넘은 여자가 공부하는 것을 부끄러운 일이라 여겼다. 배우고 싶은 욕망을 입 밖에 내지도 못했다. 북한에서라면 애 딸린 주부가 배운다는 말 자체가 이상하다. (...) 내 안에서 배우고 싶은 욕망과 엄마의 책임감이 서로 엇갈리며 싸웠다.”

 

저자는 누구보다 배움에 대한 열망이 큰 사람이다. 말 그대로 생존과 정착이 힘겨웠을 시간 동안에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은 사라지지 않았다. 매일이 낯설고 새로워서 힘이 드는 일상에서도, 주변을 확실하게 보고 매료되는 풍경이 무기력하고 무감각해지는 나와 비교 된다.

 

퇴근 시간인 5시에 책가방을 메고 이리저리 부대낀다. 수업이 끝나면 늦은 시간이라 한적해진 지하철에서 책을 읽으며 돌아왔다. (...) 마지막 역에서 내리면 되니 지나칠 걱정도 없고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다. 지하철에서 책을 읽으면 내용이 머릿속에 쏙쏙 박혔다.”

 

가족이 다시 만나게 되어 다행이다. 문장 속에서 저자의 호흡이 숨 가쁜 시절을 지나온 것처럼 느껴져서 다행이다. 그리고 글을 가까이 두신다니 다행이다.

 

손을 뻗으면 닿는 곳, 무엇에도 구애받지 않는 자리에서 마주 본다. (...) 나도 모르는 모습을 볼 수 있고 바라는 인간상을 그릴 수도 있고, 울퉁불퉁 못났지만 솔직한 네가 있어 오늘도 한 걸음 앞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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