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터네이트 (일반판) - Alternate
가토 시게아키 지음, 김현화 옮김, 반지수 일러스트 / ㈜소미미디어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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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일 때 나는 SNS로 소통하거나 관계를 확장하지 않았다. 인터넷이 인류 문명을 어떻게 불가역적으로 바꾸는지 그 시절을 처음부터 목격하며 살아온 세대이다. 지금의 청소년들은 집으로 공급되는 물과 전기가 내게 익숙한 것처럼 SNS와 함께 살고 있다.

 

이 책의 매칭 앱 얼터네이트가 고등학생만 이용할 수 있는 앱이라서 조금 섭섭(?)하지만 한편 이건 그들의 문화와 삶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 세계에서 청소년들의 관계가 어떤지 정확히 알지도 고민한 적도 없었다. 덕분에 드라마 형식으로 배워본다.

 

저자 본인이 일본 아이돌 그룹 멤버였다고 한다. 선입견이 많은 어른이라 혹시 무척 어둡고 아픈 이야기들이 많을까 했는데... 다행하게도 그렇지 않았다. 조마조마하게 비극을 대비하며 읽어나간 마음이 술술 읽히는 문장 따라 술술 풀렸다.

 

그러다가 부침개와 나물! 이 등장해서 반갑게 놀람~

 

문득 식물의 솎아내기를 떠올렸다. 성장하려면, 잃어야만 하는 것이 있다. 그게 얼마나 괴롭더라도. 한편으로는 그렇게 괴롭다면 성장 따위 하지 않으면 되지 않으냐고도 생각하게 된다.”

 

도대체 인간은 언제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시간이 가장 많은 걸까... 자신이 없는 질문에 기억을 더듬어 본다. 시간이 아주 많다면 나는 이 앱을 사용해볼까. SNS에서 마주친 많은 이들과 나누는 건 진짜일까, 데이터일까.

 

메타버스로 모든 데이터가 이동한다하더라도 현실에서 누군가는 식사를 하며 프로그램을 관리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렇다면, 그렇다고 해도 뭐가 달라지는 건가.

 

그만두긴. 좋아하는 거잖아. 그래서 관두면 내가 좋아하는 마음을 남한테 도둑맞는 거잖아. 취향은 내가 지킬 거고 누구도 빼앗을 수 없어.”

 

현실에 없는 앱이지만 이미 예상 가능한 모습들과 갈등들이다. 여전히 누군가는 신봉하고, 누군가는 중독되고, 누군가는 관심을 보이지 않고, 누군가는... 매체나 매개를 어떻게 사용하는가는 늘 사용자의 문제였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청소년이 아니라서 나는 앱 자체보다 인간이 애써 만들고 싶어하는 구속/소속감과 다른 한편의 해방감이 동시에 펼쳐지는 풍경이 익숙하고 웃프고 갑갑하다.

 

어쩌면 우리는 생존을 위한 거리를 여전히 잘 모르는 것이다. 가까우면 숨이 막히고 멀면 무섭고 외로워지는 그 어딘가의 적당한 거리().

 

난 얼터네이트가 92.3퍼센트라고 표시했기 때문에 플로우했을 뿐이야. 내 직감 같은 거야말로 나한테 있어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야.”

 

이제 막 성장하기 때문에 불안정한 감정들이 아슬아슬하게 전개된다. 이야기의 긴장감을 예민하게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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