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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는 청와대 - 이제는 모두의 장소
안충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11월
평점 :
의견이 양분되었다. 보통 여러분, 각자분인데 양분되어 당혹스럽다. 가 볼 것인가 말 것인가... 양측의 주장이 일리가 상당하다. 정권교체와 업무복귀가 언제가 될지 모르니 개방되었을 때 일단 가보자는 측과 기대하는 분위기가 아닐 거라서 실망할 할 것이라는 측!
‘청와대의 모든 것’을 담았다는 책을 읽는 것이 기대를 높일지 낮출지 예상 하지 못한 채로 일단 읽었다. 아니 책 속으로 도망쳤다. 왜 내 역할이 캐스팅보트인 걸까...
“백악산, 인왕산, 경복궁, 그 주변에 자리 잡은 동네들과 이어질 때 청와대다운 청와대가 된다.”
건물 자체보다는 주변 동네와 풍경이 계절별로 아름답고, 그러다보니 늘 옆길로 세게 된다. 남들이 제발 몰랐으면 싶은 기와집 골목 끝집에서 청국장 한 상을 먹는 기쁨은 대단했고, 더운 여름날 좋은 영화나 공연을 보고 생맥주 한 잔 쉽게 마실 수 있는 거리도 좋았다.
오히려 정치와 행정의 상징 건물 근처에서는 정치생각 없이 놀기만 했다. 아마 그런 이들은 많을 것이고, 저자는 청와대에 대한 역사적 지식과 취재 내용을 모아 애정어린 책을 만들었다. 글도 좋지만 펜화가 아주 마음에 든다.
내용을 아주 크게 나눈다면, 청와대 내부에 대한 설명과 외부 인근으로 구분할 수 있다. 잘 안다고 생각한 이야기에도 덧붙일 설명이 풍성하고, 모르던 일화들이 흥미롭다. 물론 청와대에 세(?)들어 살던 대통령 관련 일화들이 있다.
경무대 터에 이름 역시 개인적으로는 별로지만, 그 공간은 그저 관청 건물이 아니라 한국의 역사를 경험한 담지자이다. 나는 그렇게 본다. 그래서... 허망할 정도로 무계획적으로 공개된 사건이 상당히 불안하고 한편 모욕적이기도 했다. 역사적인 결정은 공동체 모두의 의견을 수렴하는 정성 정도는 보여야 하는 것이 아닐까.
“휑해진 경복궁 북쪽에 가건물들이 들어서며 조선물산공진회가 열렸다. 조선의 정궁이 일본의 신식 문물 선전장이 된 셈이다. 후원인 경무대의 아름드리나무들은 전쟁물자로 실려 나갔다.”
“1926년 10월 일제는 경복궁 안에 식민통치 총지휘소인 조선총독부를 완공했다. 그 6개월 전 순종이 세상을 떴을 때 후원 너른 마당에서 상여 운반 연습을 했다.”
“융문당과 융무당은 1928년에 헐려 용산에 있는 용광사로 갔다. 일본 불교 종파 중 하나인 진언종 사찰인 용광사는 대륙 침략 전쟁 중에 죽은 조선 주둔 일본군 납골당 중 하나였다.”
“관저 미용실에 걸렸던 달력이 그새 없어졌다. 이 또한 역사인데….”
“고려 남경, 조선 경복궁 후원, 일제강점기 조선총독 관저, 해방공간 미군정청장 관저, 대한민국 대통령 공간으로 수많은 사연을 켜켜이 쌓아온 장소가 청와대다. 오늘도 새로운 이야기들이 더해지고 있다. 공간 활용을 놓고 온갖 의견이 오가고 있지만 엉뚱한 삽질을 경계한다.”
기분과는 별도로, 저자가 가진 자료들이 사라지지 않을 기록이 된 점은 기쁘다. 사진 자료들은 일제 식민지 시대부터 최근까지 이어지는 대단한 역사 기록물이다. 0.05밀리미터의 철펜에 먹물을 찍어 그린 그림들은 애정을 느끼게 한다. 위로가 된다.
- 광화문 1번지 : 1911년 12월 20일
- 세종로 1번지 : 1946년 1월 1일
- 청와대로 1 : 2014년 1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