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과, 모서리를 닮은 여자
금봉 지음 / 좋은땅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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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색이 눈에 띄는 이 책은 제목이 아주 특이하다. 이리저리 짐작해봐도 뜻을 알 수 없는 시의 한 구절 같기도 했다. 책을 만나기 전 광과가 무엇인지 검색해보았다. 찾을 수 있는 단어는 하나뿐이었다.

 

광과 廣袴

 

여자의 한복 차림에서, 단속곳 위에 입는 속옷. 단속곳과 비슷하나 밑이 없는 긴 속곳으로, 흔히 명주붙이로 짓는다.

 

이 뜻을 적용해봐도 제목에서 무언가를 유추할 수는 없었다. 바지 모서리를 닮았다는 건 무슨 뜻일까. 그리고 책 도착! ‘광과... ‘광이라는 이름을 가진 남성과’... 라는 뜻이었다.

 

문장부호에 대해 어디서 공부하고 시험이라도 보고 싶은 심정... 쉼표... 그래... 물론 그래도 궁금한 점은 여전하다. 모서리를 닮은 여자라니!

 

이라는 인물을 작품 속에서 빨리 만나고 싶었다. 연애소설이니 어떤 캐릭터와 역할인지가 더 궁금했다. 모서리를 닮았다는 건 성격이 sqaure*하다거나 edge**하다는 것일 수 있고, 그럴 경우 당사자들은 시난고난하겠지만 독자는 즐겁다,

 

* 고지식하다

** 날카롭다

 

숨 쉬는 것, 생존을 위한 기본적인 활동마저 힘든 더운 여름이다. 작품 속 갈등이 아주 특별한 것들은 아니지만, 언제가 그렇듯 반복적으로 마주하는 힘듦이 사람을 가장 지치게 한다. 직장 내 갈등은 종종 마땅한 해법도 없고 처리속도도 느려서 더 그렇다.

 

퇴사와 이혼이라는 중차대한 사건이 결국 발생하지만, 따지고 보면 이 역시 드문 건 아니다. 물론 모든 장면마다 느껴지는 인물들의 간절함과 애씀은 남의 이야기 같지가 않다. 고민이란 참 무겁고 진한 물질이다. 우리는 모두 어떻게 해야 했을까.

 

이라는 이름에 휘둘렸지만, ‘’ ‘시소그리고 설휘’... 다른 이들의 이름도 가만 보면, 삶의 여러 모서리에서 마주칠 수 있는 여러 요소들과 풍경 같기도 하다. 지쳐서 무감해지는 분위기가 아닌 감정이 풍부한 대화가 작품의 분위기를 표지처럼 다채롭게 이어간다.

 

소설 장르의 특성 상, 절정이라 할 만한 갈등이 있을 거라 기대했는데, ‘에이즈 감염은 이제 당뇨와 비슷해서 복약으로도 장수하는 이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충격이 덜하다. 격세지감이라는 느낌이 드니, 새삼 내가 꽤 오래 살아 많은 걸 목격했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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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모두 무탈하다. 담담하게 대화를 이어가는 능력과 단단하게 삶을 살겠다는 태도가 느껴진다. 주말에 어울리는 편안한 이야기를 만났다. 단지 연애 소설 읽기에는 나의 세심한 감정의 결과 표현에 많이 낯설어졌다는 점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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